패혈증 치료는 지난 20년간 수액 소생술, 혈관수축제, 항생제 타이밍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동일한 프로토콜을 적용해도 환자마다 결과가 극명히 갈리는 이유는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AI(NEJM AI)에 발표된 SepsisImmunoScore™ 연구는 면역 표현형 기반 층화가 ICU 임상 결정에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한다.
왜 패혈증 환자마다 결과가 다른가 — 면역 이질성의 실체
패혈증은 단일 질환이 아니다. 임상적으로 동일하게 보이는 두 환자 — 고열, 빈맥, 젖산 상승, 혈압 저하 — 가 각각 과면역 활성화 상태와 면역 마비(immunoparalysis) 상태에 놓여 있을 수 있다. 전자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조직을 파괴하고, 후자는 감염 통제 실패로 2차 감염에 취약해진다. 기존 중증도 점수인 APACHE II, SOFA는 생리적 이상을 반영하지만, 환자의 면역 상태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 공백이 바로 표현형 기반 층화 연구가 출발한 지점이다.
이전부터 SRS1/SRS2(Sepsis Response Signature), hyperinflammatory/hypo-inflammatory 내표현형(endotype) 연구들이 이 방향을 탐색해 왔다. 그러나 유전자 발현 분석은 실시간 임상 적용이 어렵고, 고비용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혈중 단백질 바이오마커 조합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접근이 부상하고 있다.
SepsisImmunoScore: 개발 배경과 방법론
Prenosis가 개발하고 NEJM AI에 발표한 SepsisImmunoScore™는 다기관 코호트에서 수집된 혈중 단백질 바이오마커 패널과 임상 변수를 결합한 면역 상태 지수다. 연구는 개발(development) 및 검증(validation) 코호트를 분리하여 진행되었으며, 단순 사망률 예측을 넘어 환자를 면역 활성화 스펙트럼에 따라 분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 설계는 다음과 같다.
- 입력 변수: 혈중 단백질 바이오마커(인터류킨, 아포토시스 관련 단백질 등) + 임상 메타데이터
- 출력: 연속형 면역 점수 → 면역 활성화(pro-inflammatory) vs 면역 억제(immunosuppressed) 스펙트럼 분류
- 검증 방식: 독립 외부 코호트 다기관 검증, AUC 및 임상 결과와의 연관성 분석
이 접근법의 특징은 단일 바이오마커가 아니라 면역 경로 전반을 반영하는 복합 신호를 포착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PCT(프로칼시토닌)나 CRP 단일 지표로는 파악할 수 없는 면역 기능 상태를 정량화하려는 시도다.
주요 결과와 임상적 시사점
연구 결과, SepsisImmunoScore는 패혈증 환자를 면역 표현형에 따라 유의하게 구분하였고, 높은 면역 억제 점수를 가진 환자군에서 28일 사망률 및 2차 감염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반대로 면역 과활성화 군에서는 장기 손상 바이오마커와의 상관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가 단순 예후 예측 도구로서의 의미를 넘어 중요한 이유는, 면역 상태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져야 함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면역 억제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추가 투여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면역 과활성화 환자에게는 IL-6 차단제나 JAK 억제제 기반 면역 조절 전략이 고려될 수 있다. 즉, SepsisImmunoScore는 패혈증 치료를 ‘프로토콜 기반’에서 ‘표현형 기반’으로 전환하는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생물학적 메커니즘 측면에서 보면, 면역 억제 표현형은 T세포 고갈(T-cell exhaustion), PD-1/PD-L1 상향 조절, 모노사이트 HLA-DR 발현 저하와 연관된다. 이 상태에서는 단순 항생제와 수액만으로는 감염 통제가 불충분하며, 면역 회복을 목표로 한 GM-CSF, IL-7, 항-PD-1 항체 등의 면역 조절 치료가 이론적 근거를 가진다. SepsisImmunoScore는 이러한 치료 대상 환자를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갖는다.
기존 패혈증 층화 도구와의 비교
패혈증 내표현형 분류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Edinburgh 그룹의 SRS1/SRS2 분류는 전장 유전자 발현 분석을 기반으로 하며, 면역 억제형(SRS1)에서 사망률이 높음을 일관되게 보고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임상 현장에서 수 시간 내 결과 도출이 어렵고 비용 문제가 있어 일상적 적용이 제한되었다.
반면 SepsisImmunoScore는 혈중 단백질 측정 기반이므로 기존 면역 분석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실용적 이점이 있다. 다만, 검사 비용, 결과 반환 시간, 임상 의사 결정 경로로의 통합 가능성은 각 기관의 인프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서 이 도구가 독립적 임상 결정을 이끌기보다는, 기존 SOFA/APACHE 평가를 보완하는 층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ICU 적용: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무엇이 아직 남았는가
현재 수준에서 SepsisImmunoScore를 ICU 표준 워크플로우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검사 결과가 4~6시간 이내에 가용해야 초기 치료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점수에 따른 치료 전략 분기 — 스테로이드 여부, 면역 조절제 도입 시점 — 를 정의하는 전향적 개입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예측 타당도(predictive validity) 수준이며, 면역 표현형에 따른 치료 개입이 실제로 결과를 개선한다는 무작위대조시험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BLING III(β-락탐 지속 주입 RCT, JAMA 2023)가 패혈증 전체에서 유의한 사망률 감소를 보이지 못한 것도 동일한 이질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하위 그룹에서 효과가 관찰되었다는 점은 — 결국 어떤 환자에게 어떤 전략이 맞는지를 사전에 구분하는 층화 도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패혈증 쇼크 환자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지금 이 환자가 면역 폭풍 상태인지 면역 마비 상태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언제나 불편했다. 혈압이 낮고 젖산이 오르는 것은 보이지만, 그 배후에 있는 면역 상태는 보이지 않는다.
SepsisImmunoScore가 제시하는 방향은 단순히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패혈증은 하나’라는 전제를 버리고, 각 환자의 면역 상태에 맞춰 치료를 조정하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HIV 치료에서 CD4 수치와 바이럴 로드가 치료 결정을 구분하듯, 패혈증에서도 면역 표현형이 치료 분기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다만 지금 당장 이 점수로 스테로이드를 추가하거나 면역 조절제를 투여하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 임상가에게 현재 단계에서 이 연구가 주는 실질적 메시지는 하나다 — 패혈증 환자에서 “왜 이 환자는 프로토콜을 따랐는데도 악화하는가”라는 질문에 이제 ‘면역 표현형 이질성’이라는 과학적 언어가 생겼다는 것. 그 언어가 처방으로 연결되는 날은, 다음 무작위대조시험이 결정할 것이다.
References
- Prenosis / NEJM AI. SepsisImmunoScore™: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Sepsis Prediction and Immune Phenotyping Tool.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AI (NEJM AI). 2025–2026. Available at: https://prenosis.com/nejm/
- Scicluna BP, et al. Classification of patients with sepsis according to blood genomic endotype: a prospective cohort study. Lancet Respir Med. 2017;5(10):816–826.
- Seymour CW, et al. Derivation, validation, and potential treatment implications of novel clinical phenotypes for sepsis. JAMA. 2019;321(20):2003–2017.
- Derde LPG, et al (BLING III). Continuous vs Intermittent β-Lactam Antibiotic Infusions in Critically Ill Patients with Sepsis: The BLING III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24;331(2):174–184.
- Evans L, et al. Surviving Sepsis Campaign: International Guidelines for Management of Sepsis and Septic Shock 2021. Intensive Care Med. 2021;47(11):1181–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