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쇼크 초기 소생: 수액 우선인가, 조기 승압제인가 — NEJM 2026 VASST-2 무작위대조시험이 말하는 것

임상 상황: 응급실에서 매일 마주치는 딜레마

패혈증 쇼크 환자가 들어온다. 혈압은 75/40 mmHg, 젖산은 4.2 mmol/L. 1L 정질액을 빠르게 투여했지만 MAP는 여전히 60 mmHg에 미치지 못한다. 이 순간 임상의의 손은 두 갈래 앞에 선다. 수액을 더 밀어 넣을 것인가, 아니면 노르에피네프린을 지금 당장 시작할 것인가. 이 질문은 수십 년간 중환자의학의 핵심 논쟁이었고, 2026년 6월 NEJM에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이 이에 대한 가장 명확한 데이터를 제시했다.

최근 근거: NEJM 2026 무작위대조시험

2026년 6월 11일 NEJM에 게재된 “Vasopressors or Fluids in Early Septic Shock”(doi: 10.1056/NEJMoa2516225)은 패혈증 쇼크 초기 소생 전략에서 조기 승압제 병용의 임상적 가치를 직접 검증한 시험이다. 연구는 다기관 무작위 공개 라벨 설계로 진행되었으며, 패혈성 쇼크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두 군을 비교했다.

  • 고용량 수액 군(Fluid-liberal arm): 전통적 소생 프로토콜에 따라 초기 정질액을 충분히 투여한 후 승압제를 추가
  • 조기 승압제 군(Early vasopressor arm): 소량의 수액과 동시에 노르에피네프린을 조기에 시작하여 수액 부하를 최소화

핵심 설계 배경은 명확하다. 과도한 수액 투여가 폐부종, 조직 부종, 장기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관찰적 데이터가 축적되어 왔고, 반면 조기 승압제 사용이 말초 관류 회복 속도를 앞당긴다는 가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 두 전략 사이의 ‘equipoise’—즉, 어느 쪽이 실제로 더 나은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임상적 불확실성—가 이 시험을 설계하게 한 근거다.

핵심 결과와 임상적 시사점

시험의 1차 결과는 90일 사망률이었다. 조기 승압제 군에서는 수액 누적 투여량이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쇼크 해소 시간(time to shock reversal)도 단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기 승압제 군에서 기계환기 사용 기간과 ICU 재원 기간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 결과가 단순히 ‘승압제가 수액보다 낫다’는 의미로 읽혀서는 곤란하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패혈증 쇼크의 병태생리 핵심은 내피 세포 손상에 의한 혈관 투과성 증가와 정맥 긴장도(venous tone) 소실이다. 이 상황에서 대량 수액을 투여하면 혈관 내 용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액이 간질(interstitium)로 빠져나가 조직 부종을 악화시킨다. 다시 말해, 새는 수도관에 물을 더 틀어도 수압은 오르지 않는다. 반면 노르에피네프린은 α1 수용체를 통해 말초 혈관 저항을 회복시키고, 정맥 긴장도를 높여 심장으로의 정맥 환류량(venous return)을 늘린다. 이것이 조기 승압제 전략이 갖는 생리학적 우위다.

동시에 이 시험은 CLOVERS(NEJM 2023)와 CLASSIC(NEJM 2022) 연구의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CLOVERS는 제한적 수액 전략이 90일 사망률을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했음을 보였고, CLASSIC은 보수적 수액 전략이 최소한 적극적 전략에 비해 열등하지 않음(non-inferiority)을 확인했다. 이번 NEJM 2026 시험은 그 연장선에서, 조기 승압제 개시가 수액 절약의 효율적인 수단임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소생 결과의 일부 지표에서 이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ICU 적용: 언제 노르에피네프린을 시작할 것인가

현행 Surviving Sepsis Campaign 2021/2024 가이드라인은 초기 수액 소생 후에도 MAP < 65 mmHg가 지속될 경우 승압제를 시작하도록 권고하며, 노르에피네프린을 1차 선택제로 명시한다. 그러나 이번 시험이 제기하는 문제는 ‘초기 수액 소생 후’라는 타이밍이다. 얼마나 많은 수액을 얼마나 오래 투여한 후 승압제를 추가할 것인가—이 시점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실제 ICU 적용 관점에서 다음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 초기 1~2L 정질액 투여 후에도 쇼크가 지속된다면, 추가 수액 투여를 무한정 연장하기보다 노르에피네프린을 조기에 병용하는 전략을 고려한다
  • 수액 반응성 평가(fluid responsiveness): Passive Leg Raise 또는 pulse pressure variation을 활용하여 추가 수액이 심박출량을 실제로 늘리는지 확인 후 투여를 결정한다
  • 조기 승압제 시작은 반드시 중심정맥 경로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며, 확보가 지연될 경우 단기간의 말초 정맥 투여가 현실적 대안이다
  • 젖산 클리어런스를 연속 모니터링하여 소생 목표 달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이 원칙들이 단일 프로토콜로 고정될 수는 없다. 환자의 기저 심기능, 용량 상태, 쇼크의 원인에 따라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논란과 한계: 이 시험이 답하지 못한 것들

이번 시험에도 명백한 제한이 있다. 공개 라벨 설계(open-label)로 인해 치료 결정에 편향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참여 기관의 ICU 경험 수준과 자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ICU 환경에서 직접 적용 가능성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논란은 ‘조기’의 정의다. 이 시험에서 조기 승압제 군이 수액을 얼마나 받은 뒤 승압제를 시작했는지, 그 구체적 컷오프가 실제 임상에서 재현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수액 소생과 승압제 개시 사이의 최적 타이밍은 여전히 개인화가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이 시험은 패혈성 쇼크 전반을 다루지만, 복강내 감염과 폐렴 기원의 패혈증, 그리고 면역저하 환자에서 승압제 반응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하위 분석으로도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응급실에서 패혈증 쇼크 환자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이 환자는 지금 수액이 필요한가, 아니면 혈관 긴장도 회복이 먼저인가”다. 수액은 반응성이 있을 때만 효과적이다. 반응성이 없는 환자에게 2L, 3L를 넣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부종을 만드는 행위다.

이번 NEJM 2026 시험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수액을 무한정 투여하며 혈압이 오르기를 기다리지 말라. 수액 반응성을 확인하면서, 반응이 부족하다면 조기에 승압제를 병용하여 말초 혈관 긴장도를 회복시키는 전략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이 원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RCT가 이를 다시 한번 데이터로 확인해 주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환자의학은 결국 생리학을 침상 곁에서 적용하는 학문이다. 어떤 가이드라인도 개별 환자의 생리를 대신할 수 없다. 이 시험의 데이터를 참고하되, 눈앞의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수액인지, 승압제인지, 아니면 두 가지를 동시에—를 생리학적 지표로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결국 결과를 바꾼다.


References

  1. Vasopressors or Fluids in Early Septic Shock.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Published June 11, 2026. doi: 10.1056/NEJMoa2516225
  2. Hjortrup PB, et al. Restricting volumes of resuscitation fluid in adults with septic shock after initial management (CLASSIC trial). N Engl J Med. 2022;386(26):2459-2470.
  3.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Prevention and Early Treatment of Acute Lung Injury (PETAL) Clinical Trials Network. Restrictive or Liberal Fluid Therapy for Early Septic Shock (CLOVERS). N Engl J Med. 2023;388(6):499-510.
  4. Evans L, et al. Surviving Sepsis Campaign: International Guidelines for Management of Sepsis and Septic Shock 2021. Intensive Care Med. 2021;47(11):1181-1247.
  5. Annane D, et al. Norepinephrine plus dobutamine versus epinephrine alone for management of septic shock: a randomised trial. Lancet. 2007;370(9588):676-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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