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상황: 스테로이드만으로는 부족한가
노르에피네프린을 시간당 0.25 mcg/kg 이상 투여 중인 패혈증 쇼크 환자가 ICU에 들어온다. 2026 Surviving Sepsis Campaign(SSC) 가이드라인은 이미 히드로코르티손 200 mg/day를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임상가는 여기에 티아민(비타민 B1)과 고용량 비타민 C를 병합하는 소위 ‘HAT(Hydrocortisone-Ascorbic acid-Thiamine) 요법’을 함께 고려한다. 2017년 Marik 등의 관찰 연구가 촉발한 이 논쟁은 이후 여러 RCT로 검증되었고, 그 결과는 기대와 다소 달랐다.
최신 무작위대조시험 데이터와 2026 SSC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이 병합 요법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정리한다.
핵심 근거: VITAMINS, ACTS, LOVIT 세 RCT의 교훈
HAT 요법의 근거는 세 개의 주요 RCT로 정제되었다. 첫 번째는 2020년 JAMA에 발표된 VITAMINS 시험(Fujii et al., JAMA 2020;323:423–431)으로, 패혈증 쇼크 환자 216명을 대상으로 히드로코르티손+비타민 C+티아민 병합군과 히드로코르티손 단독군을 비교하였다. 1차 결과지표인 “7일 내 혈관수축제 투여 없이 생존한 시간”에서 병합군과 단독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HR 1.07, 95% CI 0.76–1.51).
두 번째는 비타민 C 단독 효과를 검증한 LOVIT 시험(Lamontagne et al., NEJM 2022;386:2387–2398)이다. 872명의 패혈증 환자에서 고용량 비타민 C(66.7 mg/kg q6h)를 투여한 군이 오히려 대조군보다 28일 사망률과 지속적인 장기부전 발생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RR 1.21, 95% CI 1.04–1.40). 비타민 C가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신호였다.
세 번째는 2026년 4월 Critical Care Medicine에 함께 게재된 ACTS(Ascorbic acid, Corticosteroids, and Thiamine in Sepsis) 시험이다. 이 연구는 중증 패혈증 환자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HAT 3제 병합 vs 표준치료를 비교하였으며, 역시 28일 사망률과 SOFA 점수 호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핵심 결과와 임상적 시사점
세 RCT의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고용량 비타민 C를 중심으로 한 HAT 병합 요법은 패혈증 쇼크의 생존율이나 장기부전 회복을 유의하게 개선하지 못한다. 이 결과는 단순히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패혈증 쇼크에서 비타민 C 결핍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패혈증 중증도가 높을수록 혈중 ascorbic acid 농도가 낮아지는 것은 관찰 연구들에서 일관되게 보고되었다. 문제는 결핍의 교정이 임상 결과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산화 스트레스 제어라는 메커니즘 자체가 틀린 것이 아니라, 패혈증의 면역-대사 이상이 단일 경로 보정으로 극복되지 않을 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LOVIT가 시사하듯, 이미 장기 손상이 진행된 환자에서 고용량 산화-환원 물질을 투여했을 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산화 균형이 교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티아민의 역할은 다소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ICU 환자에서 티아민 결핍은 실제로 흔하며(일부 연구에서 유병률 20~70%), 결핍이 있는 환자에서 교정 시 젖산 청소율 개선이 관찰된 바 있다. 따라서 티아민은 HAT 병합의 일부로 일괄 투여하는 방식보다, 결핍 여부를 확인한 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다.
2026 SSC 가이드라인의 입장
2026 Surviving Sepsis Campaign 가이드라인(Crit Care Med 2026)은 비타민 C의 일상적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고용량 비타민 C 단독 또는 HAT 병합 요법은 약한 권고도 아닌, 반대 의견(suggest against)에 가까운 입장으로 정리되었다. 가이드라인은 LOVIT와 VITAMINS의 결과를 명시적으로 인용하며, 현재까지 사망률 이득을 입증한 RCT가 없음을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히드로코르티손 200 mg/day는 지속적인 노르에피네프린 의존 패혈증 쇼크에서 약한 권고(weak recommendation)로 유지된다. 이는 APROCCHSS와 ADRENAL 시험 결과를 종합했을 때, 사망률의 절대적 감소는 미미하지만 쇼크 역전 시간 단축과 카테콜아민 절약 효과는 일관되게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히드로코르티손은 남았다. 비타민 C는 빠졌다.
실제 ICU 적용: HAT 요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임상 현장에서 아직도 HAT 요법을 시행하는 ICU가 적지 않다. 약가가 저렴하고 부작용이 크지 않으며, 개별 비타민·미량원소 결핍이 실재하기 때문이다. 이 관행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근거 기반 접근을 우선으로 한다면 다음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
- 히드로코르티손: 노르에피네프린 ≥0.25 mcg/kg/min 이상의 패혈증 쇼크에서 200 mg/day 지속 주입 또는 50 mg q6h 고려 (SSC 2026 weak recommendation)
- 비타민 C 고용량: 일상적 투여 권고 없음. LOVIT 결과를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사용할 근거가 없다
- 티아민: 혈중 농도 측정 또는 임상적 결핍 의심(알코올 남용 병력, 영양 불량, 지속 젖산혈증) 시 100–200 mg IV 투여 고려
결국 HAT를 일괄 투여하는 프로토콜보다는, 각 성분의 근거를 분리하여 개별 환자의 임상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현재 시점의 합리적 선택이다.
논쟁과 한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비타민 C 병합 요법의 RCT 실패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반론은 존재한다. 첫째, 기존 RCT들이 비타민 C를 투여한 타이밍이 너무 늦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화 스트레스는 패혈증 초기 수 시간 내에 최고조에 달하며, 이후 투여는 이미 손상이 완성된 후의 처치일 수 있다. 둘째, LOVIT의 결과는 중증 환자에서 나타난 것으로, 덜 중증인 아군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셋째, 비타민 C의 약동학적 이질성(투여 경로, 용량, 체내 포화 농도)이 연구 간 비교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이 반론들은 현재 시점에서 임상 적용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되, 기존 RCT 실패를 무시하고 관행을 유지하는 것은 근거 중심 의학의 원칙과 어긋난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응급실에서 패혈증 쇼크 환자를 처음 만나는 임상가로서, HAT 요법에 대한 나의 입장은 단순하다. Marik 연구의 흥분은 이해하지만, 그 흥분이 근거를 만들지는 못했다. VITAMINS, LOVIT, ACTS — 세 편의 잘 설계된 RCT가 동일한 결론을 냈다면, 그것이 신호다.
히드로코르티손은 카테콜아민 의존성이 높은 패혈증 쇼크에서 쇼크 역전 시간을 줄이는 실질적 역할을 한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비타민 C를 추가하는 것은 환자에게 이득을 주지 않으면서 의료진에게 ‘뭔가 더 하고 있다’는 심리적 위안을 줄 뿐일 수 있다. ICU에서 가장 위험한 처치 중 하나는 효과 없는 처치에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는 것이다. 2026년의 근거는 명확하다. 지금은 HAT를 내려놓고 수액·항생제·혈관수축제 최적화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References
- Fujii T, et al. Effect of Vitamin C, Hydrocortisone, and Thiamine vs Hydrocortisone Alone on Time Alive and Free of Vasopressor Support Among Patients With Septic Shock: The VITAMINS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20;323(5):423–431.
- Lamontagne F, et al. Intravenous Vitamin C in Adults with Sepsis in the Intensive Care Unit. N Engl J Med. 2022;386(25):2387–2398. (LOVIT Trial)
- Surviving Sepsis Campaign: International Guidelines for Management of Sepsis and Septic Shock 2026. Critical Care Medicine. Published March 23, 2026.
- Marik PE, et al. Hydrocortisone, Vitamin C, and Thiamine for the Treatment of Severe Sepsis and Septic Shock: A Retrospective Before-After Study. Chest. 2017;151(6):1229–1238.
- The Lancet Commission on Sepsis: transforming sepsis care and outcomes. Lancet. Published April 22, 2026. PIIS0140-6736(26)006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