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급증의 실체 — ‘천연 원료’는 정말 안전한가

한국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 건수가 2022년 1,117건에서 2024년 2,316건으로 2년 사이 100% 이상 증가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매년 수백만 명이 별다른 의학적 검토 없이 영양제를 복용하는 현실에서, ‘부작용 없다’는 믿음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임상 신호다.

왜 이상사례가 급증하는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상사례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한다: 오남용, 성분 중복, 개인 생리 반응 차이, 그리고 의약품과의 병용에 따른 상호작용 가능성. 이 네 가지는 서로 독립된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피해 사례에서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천연 원료’에 대한 맹신이다. 홍삼·밀크시슬·글루코사민처럼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성분이라도, 장기 복용 시 간 효소 수치 이상이나 약물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천연(natural)이라는 표현은 무해(harmless)와 동의어가 아니다. 아세트아미노펜도 식물에서 유래했지만 과용량에서는 급성 간부전을 일으킨다. 작용 기전이 있는 모든 물질은 부작용 기전도 갖는다.

근거가 뒷받침하는 주요 상호작용 위험

2023년 Advances in Nutrition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Dwyer et al.)은 영양 보충제와 처방약 사이의 임상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을 총 정리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확인된 위험 조합 가운데 임상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밀크시슬(Silymarin): CYP3A4 억제 가능성으로 인해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항응고제 대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
  • 홍삼(Panax ginseng): 와파린과 병용 시 INR 변동 보고가 있으며, 혈당강하제와 병용 시 저혈당 위험이 있다.
  • 글루코사민: 와파린의 항응고 효과를 증강시킨다는 케이스 보고가 반복적으로 제출되어 있다.
  • 오메가-3 고용량 복용: 항혈전제(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와 병용 시 출혈 위험이 이론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영양제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이 의학적 위험을 없애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분 중복: 보이지 않는 누적 독성

현재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종합비타민, 비타민 D, 칼슘, 오메가-3, 마그네슘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흔한 패턴이다. 문제는 각 제품의 라벨에 표시된 함량을 단순 합산하면 일부 성분에서 상한 섭취량(Tolerable Upper Intake Level, UL)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비타민 A의 경우 성인 기준 상한 섭취량은 3,000 μg RAE/일인데, 종합비타민 + 피부·눈 건강용 보충제를 함께 복용하면 이를 초과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 지용성 비타민(A, D, E, K)은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소변으로 즉시 배출되지 않으며, 체내 지방 조직과 간에 축적된다. 응급실에서 비타민 A 과잉증(두통, 구역, 간독성)이나 비타민 D 독성(고칼슘혈증, 신부전)으로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이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 먹었다”고 말한다. 과잉이 결핍만큼 위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항산화제 ‘많을수록 좋다’는 믿음의 임상적 실패

항산화 보충제에 대한 무작위대조시험 메타분석 결과는 대중의 기대와 정반대에 가깝다. Cochrane 리뷰(Bjelakovic et al., 2012; 이후 갱신)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A, 비타민 E 고용량 보충이 오히려 전체 사망률을 소폭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반복적으로 보고했다. 특히 CARET 연구에서는 흡연자에게 베타카로틴을 투여했을 때 폐암 위험이 오히려 유의하게 증가한 것이 확인되어 조기 중단된 바 있다.

이 결과들이 시사하는 바는 항산화 물질이 체내에서 맥락 의존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산화 환경에서는 항산화제로, 그러나 농도가 지나치거나 환원 환경에서는 오히려 산화 촉진제(pro-oxidant)로 기능하는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항산화 = 무조건 좋다’는 도식은 생화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2026년 회수 사태가 드러낸 품질 관리의 허점

2026년 4월 오메가-3 제품의 기준치 부적합 회수 조치가 잇따른 것은 단순 품질 문제를 넘어 시장 전반의 구조적 약점을 드러낸다. 어유 기반 보충제는 산패가 빠르고, 원료 품질·보관 조건·제조 공정에 따라 유효 성분 함량과 과산화물가(peroxide value)가 제각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기준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된 것도 이 맥락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신뢰하기보다 제3자 인증(NSF International, USP, Informed Sport 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품질 검증 수단이다. 그러나 이 인증도 의약품 수준의 GMP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함께 알아야 한다.

실제 권장 여부: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관점

응급실에서 마주치는 영양제 관련 문제는 대개 두 가지 패턴이다. 하나는 상호작용에 의한 와파린 불안정화나 저혈당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량 지용성 비타민에 의한 독성 증상이다. 두 경우 모두 “천연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공통된 서사를 갖는다.

근거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식이로 충분한 섭취가 어려운 경우, 즉 결핍이 확인되었거나 수요가 생리적으로 증가한 상태(임신, 흡수 장애, 고령)에서 특정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은 명확한 임상 근거가 있다. 반면 건강한 성인이 예방 목적으로 다수의 고용량 보충제를 병용하는 행위는 현재의 근거 수준에서 지지받기 어렵다.

이상사례 신고 급증은 영양제 시장이 커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료인이 적극적으로 복용 현황을 문진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의학적 판단 없이 복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임상가의 몫이다.


References

  • 식품안전정보원.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 현황 2022–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2025.
  • Dwyer JT, et al. “Dietary Supplement Safety: What Are the Key Issues?” Advances in Nutrition. 2023;14(2):318-330.
  • Bjelakovic G, et al. “Antioxidant supplements for prevention of mortality in healthy participants and patients with various diseases.”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2;(3):CD007176. (갱신 2023)
  • Omenn GS, et al. “Effects of a Combination of Beta Carotene and Vitamin A on Lung Cancer and Cardiovascular Diseas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96;334(18):1150–1155. (CARET Study)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실. 건강기능식품 기준 법제화 관련 논의 자료. 2026년 4월.
  • Healthindustrytrends.com. “Evaluating the Safety of Dietary Supplements: Insights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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