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 패혈증 쇼크에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 2026 Surviving Sepsis Campaign 가이드라인이 정리한 근거와 적응증

임상 상황: 노르에피네프린 증량에도 혈압이 버티지 못할 때

패혈증 쇼크 환자가 ICU에 입실한다. 수액 소생술을 충분히 시행했고 노르에피네프린 용량은 이미 0.25 µg/kg/min을 넘어섰다. 혈압은 여전히 MAP 65 mmHg에 겨우 걸려 있다. 이 상황에서 많은 중환자의학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히드로코르티손을 고려한다. 그러나 “언제”, “어떤 환자에게”, “어떤 용량으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2026 Surviving Sepsis Campaign(SSC) 가이드라인은 이 논쟁에 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배경: 왜 스테로이드인가 — 상대적 부신 기능 부전의 생물학적 근거

패혈증 쇼크 상태에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이 과활성화되는 동시에, 일부 환자에서는 조직 수준의 코르티솔 반응성이 저하되는 이른바 ‘중증 질환 관련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부전(CIRCI, Critical Illness-Related Corticosteroid Insufficiency)’이 발생한다. CIRCI의 핵심은 혈중 코르티솔 절대 수치가 낮은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하향 조절, 코르티솔 결합 단백 감소, 조직 내 11β-HSD1 기능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 스테로이드 투여는 단순한 면역 억제가 아니라, 손상된 혈관 반응성을 회복시키는 ‘카테콜아민 감작(catecholamine sensitization)’ 효과와 사이토카인 폭풍을 조절하는 이중 기전으로 작용한다. 이 생물학적 배경이 스테로이드에 대한 임상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온 이유이다.

최신 근거 요약: ADRENAL, APROCCHSS, 그리고 2026 SSC 업데이트

지난 10여 년간 패혈증 쇼크에서의 스테로이드 사용을 둘러싼 두 개의 대형 RCT가 방향을 제시했다. ADRENAL trial(Gordon et al., NEJM 2018)은 패혈증 쇼크 환자 3,658명을 대상으로 히드로코르티손 200 mg/일 vs. 위약을 비교했을 때 90일 사망률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28.8% vs. 29.0%, p=0.74). 반면 APROCCHSS trial(Annane et al., NEJM 2018)은 히드로코르티손 + 플루드로코르티손 조합이 90일 사망률을 위약 대비 절대적으로 6.3% 감소시켰다(49.1% vs. 55.4%, p=0.03).

두 trial의 결과가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이해하는 열쇠는 환자군의 중증도 차이에 있다. APROCCHSS 코호트는 ADRENAL보다 현저히 높은 기저 사망률(대조군 55%)을 보였고, 노르에피네프린 요구량도 더 높았다. 이는 스테로이드 효과가 더 중증인 쇼크 환자에서 두드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배경 위에서 2026 Surviving Sepsis Campaign 가이드라인(SCCM/ESICM 공동 발행)은 기존 2021년 권고를 업데이트하여, 총 129개 권고안 중 46개의 신규 항목을 포함했다. 스테로이드 관련 핵심 권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노르에피네프린 또는 에피네프린 용량이 ≥0.25 µg/kg/min으로 4시간 이상 지속되는 패혈증 쇼크 환자에게 히드로코르티손 200 mg/일(지속 정주 또는 50 mg q6h 분할) 투여를 조건부 권고(conditional recommendation)
  • 플루드로코르티손 병용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일상적 사용을 지지하지 않음
  • 쇼크가 해소되면 스테로이드를 점진적으로 감량할 것을 권고; 급격한 중단은 피한다
  • 코르티솔 자극 검사(ACTH stimulation test) 결과에 따른 선택적 투여 전략은 더 이상 권고하지 않음

ACTH 자극 검사를 배제한 것은 중요한 변화다. 이전 가이드라인 시대에는 ACTH 자극 후 델타 코르티솔 반응이 9 µg/dL 미만인 환자에게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전략이 논의되었으나, 이 검사가 실제 CIRCI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며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치료가 지연되는 문제가 확인되었다.

임상적 시사점: 숫자의 의미와 ICU 적용

노르에피네프린 역치를 0.25 µg/kg/min으로 설정한 것은 임의적인 숫자가 아니다. 이 용량 이상에서는 카테콜아민 독성(심근 기능 저하, 장간막 허혈, 말초 조직 괴사)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스테로이드의 혈관 반응성 회복 효과가 카테콜아민 감량이라는 구체적 이득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ADRENAL과 APROCCHSS 모두 스테로이드군에서 쇼크 해소 속도와 기계환기 이탈 시간이 단축되는 결과를 보였다. 비록 90일 사망률에서는 결과가 엇갈렸지만, 쇼크 기간 단축이라는 surrogate endpoint는 일관되게 유리하게 나타났다.

지속 정주(continuous infusion) 방식이 분할 볼루스 방식보다 선호되는 이유도 있다. 50 mg 볼루스 투여는 일시적 혈당 급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ICU 환자에서의 고혈당은 그 자체로 감염 위험을 높이고 예후를 악화시킨다. 200 mg/일의 지속 정주는 혈당 변동 폭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감량 전략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스테로이드를 갑자기 중단할 경우 리바운드성 혈역학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외인성 코르티솔에 의해 일시적으로 억제된 내인성 HPA 축 반응이 즉각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며, 쇼크 해소 후에도 1~2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하는 프로토콜이 ICU 실무에서 권장된다.

논란과 한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

2026 SSC 가이드라인도 모든 논란을 정리하지는 못했다. 가장 큰 미해결 과제는 플루드로코르티손 병용 여부다. APROCCHSS에서 플루드로코르티손 50 µg/일을 히드로코르티손과 병용했을 때 생존 이득이 관찰되었으나, 이 효과가 히드로코르티손 단독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위약 대비라는 점에서 기여 분담을 분리하기 어렵다. 현재 진행 중인 HYPRESS-2 등의 후속 연구들이 이 질문에 답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가 장기적 면역 억제를 통해 이차 감염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ADRENAL에서 스테로이드군의 새로운 감염 발생률이 수치상 다소 높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ICU에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동안 감염 지표(CRP, PCT, 혈액배양)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패혈증 쇼크 환자를 처음 받아 노르에피네프린을 걸고 ICU로 올리는 과정에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 이 환자는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하는가, 아닌가. 2026 SSC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0.25 µg/kg/min이라는 역치는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기준이다. 이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의 배경에 있는 논리 — 즉 카테콜아민이 더 올라갈수록 장기 독성은 누적되고, 스테로이드는 그 독성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물학적 논리 — 를 이해하는 것이다. 사망률 데이터가 일관되지 않다는 이유로 스테로이드를 회피하는 것도, 반사적으로 모든 쇼크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도 옳지 않다. 중증도에 맞는 정밀한 판단이 필요하며, 그 판단의 틀을 이번 가이드라인이 조금 더 명확하게 그어주었다고 본다.


References

  • Surviving Sepsis Campaign: International Guidelines for Management of Sepsis and Septic Shock 2026. SCCM/ESICM. Available at: https://www.sccm.org/clinical-resources/guidelines/guidelines/surviving-sepsis-campaign-international-guidelines-for-management-of-sepsis-and-septic-shock-2026
  • Gordon AC, et al. Hydrocortisone plus Fludrocortisone for Adults with Septic Shock (ADRENAL). N Engl J Med. 2018;378(9):797-808.
  • Annane D, et al. Hydrocortisone plus Fludrocortisone for Adults with Septic Shock (APROCCHSS). N Engl J Med. 2018;378(9):809-818.
  • Annane D, et al. Critical illness-related corticosteroid insufficiency (CIRCI): a narrative review from a Multispecialty Task Force of the Society of Critical Care Medicine (SCCM) and the European Society of Intensive Care Medicine (ESICM). Intensive Care Med. 2017;43(12):1781-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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