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 기계환기 중 발열 치료 전략: 해열이 항상 이득인가 — 최신 근거가 말하는 체온 관리의 균형점

임상 상황: 중환자실의 흔한 딜레마

기계환기 중인 패혈증 환자의 체온이 39.2°C로 올랐다. 담당 간호사가 해열제 투여를 물어본다. 직관적으로는 “열을 내려야 한다”는 반응이 앞서지만, 중환자의학 임상가라면 이 순간 잠시 멈춰야 한다. 발열은 면역 방어 기전의 일부이며, 해열 치료가 항상 이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ICU에서 체온 관리는 단순한 대증 요법이 아니라, 생리적 균형을 다루는 전략적 결정이다.

발열은 왜 생기고, 왜 문제가 되는가

패혈증, 폐렴, 외상 등 중증 상태에서 발열은 사이토카인(IL-1β, IL-6, TNF-α)에 의해 시상하부의 체온 설정점이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은 선천면역 반응의 일부로, 발열 자체가 병원체 복제 억제와 면역세포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동물 모델 및 일부 임상 근거가 존재한다. 반면, 체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산소 소모량은 약 10~13% 증가하고, 이는 심폐 예비 능력이 낮은 중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뇌손상 환자에서는 발열이 이차 뇌손상을 악화시킨다는 근거가 명확하다.

이처럼 발열은 이득과 해로움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가진다. 따라서 “열을 내려야 하는가”가 아니라, “이 환자에게 지금 해열이 이득인가”를 묻는 것이 정확한 임상 질문이다.

최근 핵심 근거: HEAT, PACMAN, 그리고 ICM Online First

이 분야의 핵심 trial 중 하나는 HEAT trial(Young PJ et al., NEJM, 2015)이다. 기계환기 중인 감염성 발열 환자(≥38°C)에서 정기적 아세트아미노펜 투여군(1g q6h)과 위약군을 비교한 결과, 28일 사망률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34% vs 33%, p=0.98). 단, 아세트아미노펜군에서 ICU 재원 기간이 수치상 더 짧았으며, 발열 부담(fever burden)은 유의하게 감소했다.

보다 최근에는 ESICM의 Intensive Care Medicine Online First(2026년 4월)에서 발열, 진정, 괴사 관련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 발열 관리 관련 연구에서는 적극적 해열이 일부 환자군에서 면역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는 신호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감염성 원인이 아닌 발열(비감염성 발열, 약물열, 흡수열)에서는 해열 치료의 근거가 더욱 취약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PACMAN trial(Schortgen F et al., Lancet, 2012)은 기계환기 중 패혈증 발열 환자에서 외부 냉각(external cooling)을 시행했을 때 14일째 혈관수축제 이탈 성공률이 유의하게 높았고(54% vs 20%, p=0.003), 90일 사망률도 감소 경향을 보였다(19% vs 34%, p=0.08). 그러나 이 결과는 이후 재현이 어려웠고, 환자 선택 편향의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핵심 결과 요약과 임상적 시사점

세 연구를 종합하면, 다음의 실용적 그림이 그려진다.

  • 감염성 발열: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발열 부담을 줄이는 것은 합리적이나, 사망률 감소 근거는 없다. 무조건적 정기 투여보다는 체온 역치(≥39.5°C)를 설정한 적응 전략이 적절하다.
  • 비감염성 발열: 약물 중단, 원인 교정을 우선하고, 해열제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 뇌손상·심정지 후 환자: 37.5°C 이상의 발열도 적극 조절이 필요하다. 이 환자군에서는 발열이 뇌에 대한 2차 손상을 직접 유발하므로, 외부 냉각 포함 적극적 체온 관리가 권고된다.

이 구분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모든 ICU 발열 환자를 동일하게 처치하는 관행이 일부 환자에서 이득보다 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열 자체가 면역 반응을 무디게 하고, 항생제 투여 시점을 지연시키는 착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ICU 적용: 체온 역치와 중재 알고리즘

현재 임상 권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감염성 발열에서는 체온 ≥39.5°C를 기준으로 아세트아미노펜 1g을 필요시 투여하고, 정기적 예방 투여는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NSAIDs는 ICU 환자에서 신독성, 위장관 출혈, 혈소판 기능 억제 우려로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외부 냉각은 뇌손상, 열사병, 체온 ≥40°C의 난치성 고열에서 고려한다.

체온 관리의 또 다른 축은 정상체온 유지(normothermia targeting)이다. 심정지 후 소생 환자에 대한 TTM2 trial(Dankiewicz J et al., NEJM, 2021)은 33°C 저체온 치료가 37.5°C 이하 정상체온 유지 대비 생존율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결과로, ICU 체온 전략의 패러다임을 저체온에서 발열 회피(fever avoidance)로 전환시켰다. 이제 “저체온을 얼마나 낮추느냐”보다 “발열을 얼마나 철저히 막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논쟁과 한계

이 분야의 핵심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발열 자체가 해로운가, 아니면 발열의 원인(감염, 염증)이 해로운가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방법론적 한계가 존재한다. HEAT trial의 대상은 감염성 발열에 국한되었고, 발열 역치 설정(38°C)이 실제 임상과 다를 수 있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이 간기능 저하 환자에서 축적 독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 ICU 환자의 약물 대사 변화가 크다는 점도 적용 시 고려해야 한다.

PACMAN trial의 외부 냉각 결과 역시 소규모 단일 센터 연구로, 보편적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체온 관리는 단일 전략보다는 환자의 기저 질환, 발열 원인, 뇌손상 여부, 혈역학적 안정성을 통합한 개별화 접근이 필요하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이송되는 환자를 매일 마주하면서 느끼는 것은, 발열 처치에 대한 관성적 반응이 얼마나 강한가이다. “열이 있으면 타이레놀”이라는 습관은 일반 병동에서는 무해하지만, ICU에서는 그 선택이 면역 반응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특히 패혈증 초기, 항생제 투여 전 단계에서 해열제가 발열 신호를 소거함으로써 임상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반대로, 뇌손상 환자에서 38.5°C의 발열을 “아직 심하지 않다”며 방치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환자의학에서 체온은 활력징후 중 가장 맥락 의존적인 지표다. 숫자보다 환자의 병태생리를 먼저 읽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다.


References

  • Young PJ, et al. “Effect of Early vs Late Intensive Care Unit Treatment of Fever on Outcomes in Critically Ill Adults.” NEJM. 2015;373(23):2215-2224. (HEAT trial)
  • Schortgen F, et al. “Fever control using external cooling in septic shock: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2012;185(10):1088-1095. (PACMAN trial)
  • Dankiewicz J, et al. “Hypothermia versus Normothermia after Out-of-Hospital Cardiac Arrest.” NEJM. 2021;384(24):2283-2294. (TTM2 trial)
  • ESICM. “ICM Online First: latest results from fever, sedation and necrosis studies.” Intensive Care Medicine. Published April 2026. Available at: https://www.esicm.org/icm-esicm-latest-results-from-fever-sedation-necrosis-studies/
  • Niven DJ, et al. “Antipyretic therapy in critically ill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Critical Care. 2013;28(3):3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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