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문제: 내성균 앞에서 치료 선택지가 좁아진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다제내성 그람음성균(MDR-GNB) 감염 환자를 마주하는 순간, 임상가는 두 가지 현실과 동시에 싸운다. 하나는 환자의 패혈증을 빠르게 제어해야 한다는 긴박함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 가능한 항생제가 몇 가지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CRE), 다제내성 녹농균(MDR-PA),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CRAB)는 이미 3세대·4세대 세팔로스포린과 카바페넴을 모두 우회하는 기전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콜리스틴까지 내성이 보고되는 상황에서, 신규 베타락탐/베타락타마제 억제제 복합 항생제(ceftazidime-avibactam, cefiderocol 등)는 사실상 마지막 방어선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 새로운 항생제들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때 내성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항생제를 선택하고, 어떤 기간 동안, 어떤 기준으로 de-escalation 할 것인가 — 이 판단이 개별 환자의 예후뿐 아니라 병원 전체의 내성균 생태계를 결정짓는다.
최신 연구 결과: 사망률 감소는 없었지만, 그것이 말하는 것은 따로 있다
2026년 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연구(“Treatment of multidrug-resistant Gram-negative infections,” Lancet Infect Dis, 2026, DOI: 10.1016/S1473-3099(26)00113-1)는 MDR 그람음성균 감염 치료에서 신규 항생제 병용 전략과 기존 전략을 비교하였다. 결론적으로 사망률의 유의한 감소는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결과를 단순히 “새 항생제도 효과 없다”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연구자들은 오히려 이 결과가 MDR 그람음성균 관리에서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microbial stewardship)의 중요성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한다고 강조한다. 사망률 개선이 없었다는 것은, 어떤 단일 항생제도 ‘구원투수’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내성균 감염의 예후를 결정하는 것은 항생제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 감염 발생 이전에 이미 형성된 병원 내 내성균 생태계, 초기 타겟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de-escalation 여부를 포함한 전략적 관리 — 이 세 가지의 합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의 임상적 시사점은 구체적이다. 신규 항생제를 ‘최후 수단’으로 아껴두는 동시에, 내성균 감염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 내 감염 예방과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망률 곡선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항생제 투여 이전 단계의 개입이 더욱 결정적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항생제 선택과 기간: 실전 핵심 정리
MDR 그람음성균 감염의 항생제 전략은 균종과 내성 기전에 따라 세분화된다. 아래는 현재 주요 가이드라인(IDSA, ESCMID)과 임상 연구를 종합한 실전 요약이다.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
- KPC 생성 CRE: ceftazidime-avibactam 또는 meropenem-vaborbactam이 1차 선택. 과거 표준이었던 콜리스틴 기반 병용요법은 독성과 효과 측면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 MBL 생성 CRE(NDM, VIM, IMP): cefiderocol 또는 aztreonam-avibactam이 선택 가능한 옵션이나, 국내 보험 급여 접근성 제한에 주의가 필요하다.
- 치료 기간: 균혈증·복강내 감염 기준 7~14일을 원칙으로 하되, 감염원 조절(source control) 완료 여부가 기간 결정의 핵심 변수다.
MDR 녹농균(MDR-PA) 및 CRAB
- MDR-PA: ceftolozane-tazobactam, ceftazidime-avibactam이 1차 선택. 단, OprD 돌연변이나 MBL 동반 시 내성이 발생할 수 있어 MIC 확인이 필수적이다.
- CRAB: sulbactam-durlobactam(최근 FDA 승인), cefiderocol이 주요 옵션. 다수의 기존 항생제에 대한 in vitro 감수성이 있어도 in vivo 효과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 치료 기간은 CRE와 유사하게 감염 부위와 중증도에 따라 결정하며, 폐렴 기준 최소 7일, 면역저하자는 14일 이상을 고려한다.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원칙은 PK/PD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화된 투여(extended infusion 또는 continuous infusion)와, 임상 반응 및 배양 결과에 따른 조기 de-escalation이다. 광역 항생제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다음 내성균을 만들어내는 경로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제 적용 시 주의점: 스튜어드십은 처방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2026년 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에 발표된 종단 연구(“Sustaining stewardship: longitudinal evaluation of an integrated ICU-AMS programme,” JAC, 2026, dkag086)는 전자의무기록(EMR) 기반 ICU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광역 항생제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권고 수용률은 높았고, 감소 효과는 수년간 유지되었다. 이는 스튜어드십이 단기 캠페인이 아닌 시스템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경험적 치료 결정 시: 해당 병원의 antibiogram을 반드시 참고하고, MDR 위험인자(최근 입원력, 항생제 사용력, 해외 입원력)를 초기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
- 배양 결과 확인 후: 24~48시간 이내에 de-escalation 가능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결과가 나왔는데 광역 항생제를 유지하는 타성은 내성 생태계의 연료가 된다.
- 신규 항생제 사용 시: 감염내과 전문의 또는 약사와의 사전 협의(pre-authorization 또는 prospective audit and feedback)를 구조화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는 방식이다.
- 감염원 조절(source control): 어떤 항생제도 배농되지 않은 농양이나 제거되지 않은 감염 카테터를 이길 수 없다. 외과적 또는 중재적 처치가 지연되면 치료 실패는 항생제 탓이 아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MDR 그람음성균 감염 치료에는 여전히 답이 없는 질문들이 남아 있다. 첫째, 사망률 개선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항생제의 우선 사용을 어느 시점에 결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 둘째, de-escalation 시점과 기준을 결정하는 biomarker — PCT, CRP, 임상 지표의 복합 활용 — 에 대한 RCT 수준의 근거가 여전히 축적 중이다. 셋째, 국내 의료 환경에서 sulbactam-durlobactam, aztreonam-avibactam 등 신규 항생제의 보험 접근성은 아직 제한적이며, 이는 실제 치료 선택지와 가이드라인 권고 사이의 간극을 만들어낸다.
가장 근본적인 미해결 과제는 One Health 관점의 내성균 확산 차단이다. 한국 정부가 2026년 3월 발표한 ‘제3차 국가항생제내성 관리대책(2026~2030)’은 의료기관, 축산, 환경을 동시에 통제하는 범부처 접근을 채택했다. 그러나 실행의 강도와 속도가 내성균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MDR 균혈증 환자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은 늘 불편하다. 어떤 항생제를 경험적으로 시작할지, 이미 ceftazidime-avibactam을 써야 할 환자인지 아닌지를 배양 결과도 없이 판단해야 하는 그 15분이 결과를 가른다. 그런데 Lancet 연구가 다시 확인시켜준 것은, 그 15분의 선택보다 그 환자가 입원하기 전 수개월 동안 병원이 어떤 항생제 문화를 가져왔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MDR 감염 치료는 응급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시스템의 문제다. 응급실에서 내가 쓸 수 있는 항생제의 범위는, 그 병원이 지난 1년간 얼마나 신중하게 처방해왔는가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 이것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감염내과 문제”로 한정지어선 안 되는 이유다. 스튜어드십은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한 투자다.
References
- Tamma PD, et al. “Treatment of multidrug-resistant Gram-negative infections.” Lancet Infectious Diseases. 2026. DOI: 10.1016/S1473-3099(26)00113-1
- Henderson A, et al. “Sustaining stewardship: longitudinal evaluation of an integrated electronic medical record-driven antimicrobial stewardship ward round in an ICU.” 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2026;81(4):dkag086. DOI: 10.1093/jac/dkag086
- 질병관리청. “제3차 국가항생제내성 관리대책(2026~2030).” 2026년 3월.
- IDSA. “Guidance on the Treatment of Antimicrobial-Resistant Gram-Negative Infections.” Version 3.0,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