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혈관 위험은 유전자가 결정하는가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나열할 때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또 하나의 위험 인자가 있다. 혈액 속 백혈구에 축적되는 체세포 돌연변이, 이른바 ‘불확정 잠재성 클론 조혈(Clonal Hematopoiesis of Indeterminate Potential, CHIP)’이다. CHIP는 특정 조혈 줄기세포가 돌연변이를 획득한 뒤 클론 증식하는 현상으로, 60대 이후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2026년 6월,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는 이 유전적 위험을 건강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이 유의하게 상쇄할 수 있다는 직접적 근거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CHIP란 무엇이며 왜 심장에 위험한가
CHIP는 노화 과정에서 조혈 줄기세포가 체세포 돌연변이를 축적하면서 발생한다. 가장 흔히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유전자는 DNMT3A, TET2, ASXL1, JAK2 등이며, 그중 TET2와 JAK2 변이는 심혈관 질환 위험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돌연변이를 가진 클론이 증식할수록 해당 백혈구가 혈관 플라크 내에서 과도한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루킨-1β(IL-1β) 등 전염증 사이토카인의 과잉 분비가 죽상동맥경화 진행을 가속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쉽게 말하면, CHIP는 혈액 안에 조용히 자라는 ‘염증 공장’과 같다. 혈액 검사 상 이상이 없고 혈액암도 아니지만, 이 클론은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인다. Jaiswal 등(NEJM, 2017)이 발표한 대규모 분석에서 CHIP 보유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약 1.9배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운트 사이나이 2026 연구의 질문은 명확하다. “이 유전적 위험을 생활습관으로 줄일 수 있는가?”
마운트 사이나이 2026 연구: 수면·운동이 CHIP 관련 심혈관 위험을 낮춘다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팀이 2026년 6월 발표한 연구(Fuster V 연구그룹, Mount Sinai, 2026)는 CHIP 보유 마우스 모델과 대규모 인간 코호트를 결합하여 생활습관 요인이 CHIP 매개 심혈관 위험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TET2 및 JAK2 변이를 가진 쥐에서 수면 단편화(sleep fragmentation)와 좌식 행동이 심혈관 염증 지표와 플라크 형성을 악화시키는 반면, 충분한 수면 유지와 자발적 유산소 운동이 이를 현저히 억제한다는 것을 보였다.
인간 코호트 분석에서는 CHIP 보유자 중 수면의 질이 좋고 신체 활동이 충분한 집단에서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수면 불량·비활동적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이 차이는 전통적인 심혈관 위험 인자(혈압, 당뇨, 체질량지수)를 보정한 후에도 유지되었다. ScienceNews(2026.06.10)는 유럽인의 약 3~4%에서 발견되는 흔한 돌연변이가 이 생활습관 개입에 반응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 함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생물학적 메커니즘: 왜 수면과 운동이 CHIP를 억제하는가
이 결과의 생물학적 근거는 두 가지 경로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수면 부족은 교감신경계 과활성과 코르티솔 분비 증가를 유도하고, 이는 조혈 줄기세포의 클론 증식과 전염증 사이토카인 분비를 자극한다. 즉 수면 단편화 자체가 CHIP 클론의 활성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유산소 운동은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하고 전신 염증 지표(CRP, IL-6)를 감소시키는데, CHIP 클론이 일으키는 IL-1β 과잉 반응의 효과를 하류에서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운동이 유발하는 항염증 마이오카인(특히 IL-10, IL-1Ra)의 분비가 CHIP 관련 염증 경로를 직접 억제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결국 수면과 운동은 단순히 혈압을 낮추거나 체중을 줄이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유전자 수준에서 진행 중인 클론 증식의 임상적 해악을 완충하는, 보다 근본적인 생물학적 개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적용 가능한 생활습관 권고
이 연구 결과를 임상적 실천으로 전환할 때 몇 가지 지점이 중요하다. CHIP 여부를 현재 일반적인 스크리닝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60세 이상이라면 통계적으로 유병률이 상당한 집단에 속한다. 달리 말하면, 본인이 CHIP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래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수면의 양과 질을 함께 관리한다. 7~9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되, 수면 단편화(자주 깨는 패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코골이·수면 중 호흡 정지가 의심된다면 수면 무호흡증 평가가 필요하다.
-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이상 유지한다. WHO 신체활동 가이드라인(2020)에서 권고하는 기준이며, 빠르게 걷기, 자전거, 수영 모두 해당된다.
- 저항성 운동을 주 2회 이상 병행한다.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마이오카인 분비 스펙트럼이 제한적이다. 근력 운동이 항염증 효과를 보완한다.
- 수면 일관성을 유지한다. 취침·기상 시간을 주말에도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 일주기리듬을 안정시키고 교감신경 과활성을 억제한다.
흔한 오해: “유전자가 있으면 생활습관은 소용없다”
CHIP와 같이 유전적 요인이 개입된 위험 인자를 다룰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반응은 체념이다. “어차피 유전자에 새겨진 위험이라면 생활습관을 바꿔도 효과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번 연구는 그 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CHIP 보유 마우스에서 운동과 수면 개선이 플라크 형성을 억제한 결과는, 유전적 취약성이 있더라도 생활습관이 그 발현 경로를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하니 수면은 조금 줄여도 된다”는 생각이다. 이 연구에서 수면과 운동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가졌다. 운동이 수면 부족의 해악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 두 가지를 함께 지켜야 효과가 온전히 나타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는 심근경색·뇌졸중으로 실려 오는 환자 중 “나는 혈압도 정상, 당뇨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라고 말하는 분들을 적지 않게 본다. CHIP는 그 의문의 일부를 설명하는 변수다. 전통적인 심혈관 위험 인자가 없어도, 나이가 들면서 혈액 속 유전자 변이가 조용히 염증을 키우고 있을 수 있다.
이번 마운트 사이나이 연구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치료 표적’이 아니라 ‘예방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재 CHIP를 직접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수면과 운동은 지금 당장, 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유전적 취약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수면 7시간과 주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은 단순한 건강 조언이 아니라 유전자 수준의 개입에 가까운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약보다 먼저 처방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수면과 운동이다.
References
- Mount Sinai Newsroom. “Healthy Sleep and Regular Exercise Can Mitigate the Genetic Cardiovascular Risk of Mutant White Blood Cells.” June 2026. https://www.mountsinai.org/about/newsroom/2026/healthy-sleep-and-regular-exercise-can-mitigate-the-genetic-cardiovascular-risk-of-mutant-white-blood-cells
- ScienceNews. “Sleep and exercise may dampen genetic drivers of heart disease.” June 10, 2026.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sleep-exercise-genetic-heart-disease
- Jaiswal S, et al. “Clonal Hematopoiesis and Risk of 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7;377(2):111-121.
- Libby P, Sidlow R, Lin AE, et al. “Clonal Hematopoiesis: Crossroads of Aging, Cardiovascular Disease, and Cancer: JACC Review Topic of the Week.”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2019;74(4):567-577.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2020.
- Bull FC, et al.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0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0;54(24):1451-1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