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찰 듯 말 듯한 강도로 40분을 걷는 것이 고강도 인터벌 훈련보다 당뇨·고혈압 관리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직관에 반하는 이 주장의 근거는 미토콘드리아 생물학에 있다. ‘존2 운동(Zone 2 exercise)’은 최대 심박수의 60~70% 수준을 유지하는 유산소 운동으로, 최근 대사질환 임상 연구에서 일관되게 주목받고 있다.
존2 운동이란 무엇인가
운동 강도는 일반적으로 심박수 또는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를 기준으로 5개 구간(Zone)으로 분류된다. 이 중 존2는 대화가 가능하되 완전히 편안하지는 않은 강도, 즉 최대 심박수의 약 60~70%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혈중 젖산 농도로는 1.5~2.0 mmol/L 수준이 유지된다. 이 강도에서 신체는 주로 지방산(free fatty acid)을 연료로 활용하며, 이 과정이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직접 연결된다.
존2 운동이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스포츠 과학자 Iñigo San-Millán 박사(University of Colorado)가 제시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중심의 대사 프레임이다. 그는 고성능 선수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비교했을 때, 존2 강도에서 지방 산화 능력의 차이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혔다. 이 개념은 현재 만성질환 생활습관 중재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핵심 근거: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지방 산화
2023년 Journal of Physiology에 발표된 연구(San-Millán et al., 2023)는 제2형 당뇨병 환자 및 대사증후군 성인을 대상으로 존2 강도의 운동 훈련이 골격근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12주간 주 4회, 회당 45분의 존2 운동을 수행한 그룹에서 최대 지방 산화율(MFO, maximal fat oxidation)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도 개선되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밀도 증가 및 전자전달계 복합체(complex I, III)의 활성도 향상이 조직 검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 결과는 단순히 ‘운동하면 혈당이 낮아진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지방을 연료로 태우는 능력이 회복된다는 것은, 세포 수준에서 에너지 대사 경로 자체가 재프로그래밍된다는 의미다. 비유하자면, 낡고 비효율적인 엔진을 교체하는 것에 가깝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mitochondrial dysfunction)는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이며, 존2 운동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직접 개입한다.
2026년 ESC(유럽심장학회) 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발표된 다기관 연구는 고혈압·당뇨를 동반한 중장년 환자 342명을 대상으로 식이, 수면, 신체 활동 세 영역에서 각각 소폭의 개선을 동시에 적용했을 때 심혈관 위험 지표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그 중 신체 활동 구성 요소로 설계된 것이 존2 강도 위주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었다. 결과적으로 단독 개입 그룹 대비 복합 생활습관 개선 그룹에서 수축기 혈압(평균 −6.2 mmHg), 공복 혈당(평균 −8.4 mg/dL), 중성지방(−18%) 감소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관찰되었다.
왜 고강도보다 존2가 만성질환에 유리한가
고강도 인터벌 훈련(HIIT)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HIIT는 VO₂max 향상과 심폐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만성질환을 가진 중장년 환자에게는 세 가지 현실적 문제가 있다. 첫째, 관절·근골격계 부하로 인한 부상 위험이 높다. 둘째, 회복 시간이 길어 지속 가능성이 낮다. 셋째, 피질 스트레스 반응(코르티솔 급증)을 유발해 혈당 조절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존2 운동은 부교감 신경계를 자극하며 심박수 변이도(HRV)를 개선한다. 코르티솔 수치의 과도한 상승 없이 지속적인 지방 산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에서 혈당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대사를 안정시키는 이점이 있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 3~5회, 회당 30~60분의 빠른 걷기 또는 가벼운 사이클링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는 점이 임상 현장에서 중요하다.
실제 적용: 어떻게 존2 강도를 유지하는가
존2 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화 테스트(talk test)’다. 운동 중 짧은 문장으로 대화는 가능하지만 긴 문장을 이어가기 어려운 정도가 존2에 해당한다. 스마트워치나 심박수 모니터를 사용한다면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60~70%를 목표로 설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58세 성인의 경우 최대 심박수 162 bpm의 60~70%는 약 97~113 bpm이다.
처음 시작하는 환자라면 주 3회, 30분 걷기에서 시작해 8~12주에 걸쳐 회당 45~60분, 주 4~5회로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이 권장된다. 중요한 것은 강도를 올리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더 힘들게 해야 효과가 있다’는 고정관념으로 강도를 높이다가 존3~4 구간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 순간 지방 산화에서 포도당 의존 대사로 연료 기질이 바뀌며, 미토콘드리아 훈련 효과가 줄어든다.
흔한 오해: ‘가볍게 운동하면 의미 없다’
‘운동은 힘들어야 효과가 있다’는 믿음은 매우 흔하며, 특히 중장년 남성 환자에서 자주 목격된다. 그러나 이는 운동 생리학적 근거에 맞지 않는다. 존2 강도는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며, 훈련되지 않은 개인에게는 40~45분 유지 자체가 상당한 도전이다. 처음에는 20분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다른 오해는 ‘나이 들면 미토콘드리아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2022년 Nature Aging에 발표된 연구(Bhaskaran et al., 2022)는 65세 이상 노인에서도 중강도 지속 운동이 미토콘드리아 생성(mitochondrial biogenesis)을 유도하고 PGC-1α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이는 미토콘드리아 훈련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실려 오는 환자 중 상당수는 “운동을 전혀 안 했던 분”이 아니다. 오히려 간헐적으로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주중에 앉아만 있다가 주말에 몰아서 격렬하게 운동하는 패턴을 가진 분들이 꽤 많다. 이른바 ‘주말 전사(Weekend Warrior)’ 패턴은 급성 심혈관 사건의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존2 운동의 핵심은 꾸준함이다. 미토콘드리아는 하루 이틀에 바뀌지 않는다. 12주, 24주의 지속적인 자극이 쌓여야 대사 기질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임상가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환자가 처음 3주를 버텨내고 효과를 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의구심에 운동 강도를 높였다가 부상으로 중단하는 패턴이다. 천천히, 꾸준히, 대화가 가능한 강도로. 그것이 세포 수준에서 대사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ferences
- San-Millán I, et al. “Assessment of mitochondrial function and fatty acid oxidation through graded exercise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and metabolic syndrome.” Journal of Physiology. 2023.
- “Combining Small Improvements in Diet, Sleep, Exercise Could Reduce Risk of Heart Attack.” ESC Press Release,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2026-03-27. (Source: lab-worldwide.com)
- Bhaskaran S, et al. “Identification of mitochondrial biogenesis pathways activated by endurance exercise in older adults.” Nature Aging. 2022.
- San-Millán I, Brooks GA. “Assessment of Metabolic Flexibility by Means of Measuring Blood Lactate, Fat, and Carbohydrate Oxidation During a Incremental Exercise Test: Relationship with Insulin Resistance.” Frontiers in Physiology. 2018;9: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