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신규 Target Product Profile이 말하는 것: 항생제 개발 파이프라인의 현실과 임상적 공백

임상 문제: 우리에게는 아직 쓸 항생제가 있는가

2026년 현재, 전 세계 항생제 내성(AMR) 사망자는 연간 127만 명을 넘어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치료 가능한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 ‘진정한 내성균’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카바페넴 내성 Acinetobacter baumannii(CRAB), 메탈로-베타-락타마제 생성 Klebsiella pneumoniae(MBL-KP), 범내성 Pseudomonas aeruginosa(DTR-PA)가 바로 그 주범이다. 응급실에서 이 균들과 마주쳤을 때, 처방 가능한 항생제 선택지가 실질적으로 1~2개에 불과한 상황은 더 이상 드물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서 WHO는 2026년 3월, 세 가지 신규 Target Product Profile(TPP)을 발표했다. TPP는 신약 개발의 목표 사양서로, 어떤 균에 대해 어떤 수준의 효능·안전성·약동학 특성을 갖춘 항생제가 필요한지를 명시하는 문서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연구 촉진 선언이 아니라, 현재 개발 파이프라인의 공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경보에 가깝다.

WHO 신규 TPP 3종: 무엇을 겨냥하는가

이번 WHO TPP 발표(March 2026)는 다음 세 가지 표적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 CRAB(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 중환자실·전쟁·재난 환경에서 집단 발생하며, 현재 polymyxin 기반 병용요법이 유일한 옵션이나 신독성이 심각한 제한 요인이다.
  • MBL 생성 Enterobacterales: aztreonam-avibactam 병용이 유일한 실질적 대안이나, 보급·비용 면에서 대부분의 저·중소득 국가에서는 접근 불가 수준이다.
  • DTR-Pseudomonas aeruginosa: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이미페넴-릴라박탐 등 신규 β-락탐/β-락타마제 억제제 병용요법이 등장했으나, 내성 메커니즘 다양성으로 인해 단일 약제의 광범위 적용이 어렵다.

이 목록은 WHO가 2017년 지정한 Priority Pathogen List의 ‘Critical’ 등급과 정확히 겹친다.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균이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항생제 개발의 속도가 내성 확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신 근거: 개발 파이프라인과 임상 가이드라인의 현주소

IDSA는 2026년 3월, 항생제 내성 그람음성균 감염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발표했다(IDSA Guidance on the Treatment of Antimicrobial Resistant Gram-Negative Infections, 2026). 이 문서는 주요 내성 기전별 치료 알고리즘을 제시하며, 내성 기전 확인(AST, 분자 진단) 없이는 적절한 치료 선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Nature Medicine(2026)에 발표된 193개국 AMR 거버넌스 평가 연구(Evaluation of antimicrobial resistance governance across 193 countries for the 2026 Global Action Plan update)는, 다부문 거버넌스와 조기 감시 체계를 갖춘 국가군이 그렇지 않은 국가군에 비해 내성균 감염 사망률을 장기적으로 유의하게 낮췄음을 보고했다. 이는 단일 병원의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넘어서, 국가 수준의 구조적 대응 없이는 AMR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근거를 연결해서 보면, 임상 현장에서의 가이드라인 적용과 국가·글로벌 수준의 개발·감시 체계가 동시에 작동해야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항생제 선택 및 기간: 내성 기전 기반 접근의 핵심

IDSA 2026 가이드라인이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성 기전을 먼저 파악하라’는 것이다. 균주가 같더라도 내성 기전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 KPC 생성 CRE: ceftazidime-avibactam(CAZ-AVI) 단독 또는 병용이 1차 권고. KPC는 avibactam에 의해 효과적으로 억제된다.
  • MBL(NDM, VIM, IMP) 생성 CRE: avibactam은 MBL에 무효. Aztreonam-avibactam(ATM-AVI)이 현재 유일한 FDA 승인 옵션. 단, ESBL 동반 시 추가 고려 필요.
  • CRAB: Sulbactam-durlobactam(SUL-DUR)이 2023년 FDA 승인. Polymyxin 기반 요법은 부작용 프로파일 고려 시 대안으로 후퇴하는 추세.
  • DTR-PA: Imipenem-cilastatin-relebactam(IMI-REL), ceftolozane-tazobactam(C/T) 중 AST 결과에 따라 선택. 단일 약제 내성 패턴이 균주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감수성 검사 선행.

치료 기간에 대해서는, 내성균 감염에서의 short-course 요법 적용은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혈류감염(BSI)의 경우 통상 14일, 임상적 반응이 명확하고 균혈증이 소실된 경우 7~10일 단축을 검토할 수 있으나, 면역저하 환자나 감염 부위 제거가 불완전한 경우에는 연장이 필요하다.

실제 적용 시 주의점: 진단 인프라 없이 가이드라인은 작동하지 않는다

IDSA 가이드라인이 내성 기전 기반 치료를 강조할수록, 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분자 진단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진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도 MBL 유전자형 확인(PCR 기반)에 수일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으며, 그 사이 경험적 치료의 선택은 임상의의 판단에 의존한다.

경험적 치료 시에는 환자의 이전 항생제 노출력, 병원 내 최근 내성 패턴(antibiogram), 감염 부위, 면역 상태를 종합해야 한다. 특히 최근 90일 내 카바페넴 사용 이력이 있는 환자에서 새로운 그람음성균 BSI가 발생한 경우, CRE 가능성을 기본값으로 두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한 한국은 OECD 평균의 1.6배에 달하는 항생제 사용량을 보이고 있으며, 질병관리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 정책은 병원 내 스튜어드십 강화뿐 아니라 지역사회, 농업·축산, 환경을 아우르는 One Health 접근을 포함한다. 임상의로서 이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스튜어드십 팀의 권고가 처방 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문화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미해결 과제: TPP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

WHO TPP는 신약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개발된 약제가 실제로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경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항생제는 시장 실패의 전형적 사례로, 혁신적 신약조차 제한적 처방 원칙(stewardship) 때문에 판매량이 낮아 제약사의 투자 회수가 어렵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FDA 승인을 받은 항생제 중 상당수의 개발사가 파산했다.

또 다른 미해결 문제는 내성 기전의 진화 속도다. CAZ-AVI 내성 KPC 변이형(KPC-3 variant), ATM-AVI에 대한 내성 출현 사례가 이미 보고되고 있다. 신약이 출시되는 속도보다 내성 진화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임상의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중소득 국가에서의 접근성 문제는 글로벌 AMR 관리의 근본적 약점으로 남아 있다. 신약이 존재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국가에서 내성균이 발생하고 확산된다면, 국경 없는 내성균의 특성상 고소득 국가의 임상 현장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패혈성 쇼크 환자의 혈액 배양 결과를 기다리며 경험적 항생제를 선택하는 순간은, 의사로서 가장 고독한 순간 중 하나다.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환자의 내성 기전은 그 자리에서 알 수 없고,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다.

WHO가 TPP를 발표하고, IDSA가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고, 각국이 AMR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모두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 주목하는 것은 다른 지점이다. 진단 인프라와 치료 선택지가 분리되어 작동하는 한, 아무리 정교한 가이드라인도 현장에서 공허해진다. 분자 진단 결과가 48~72시간 내에 나오고, 그 결과에 따라 처방을 조정하는 체계가 표준이 되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추측에 기반해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 개발 파이프라인의 공백을 메우는 일만큼이나, 지금 존재하는 약제를 정확한 균에게 정확한 시점에 투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TPP는 미래를 설계하는 문서지만, 오늘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환자에게는 지금 당장의 진단과 치료가 전부다.


References

  • World Health Organization. Target Product Profiles for New Antibiotics against Drug-Resistant Infections. WHO, March 2026.
  • IDSA. Guidance on the Treatment of Antimicrobial Resistant Gram-Negative Infections. 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March 2026. (https://www.contagionlive.com/view/idsa-releases-treatment-guidance-for-antimicrobial-resistant-gram-negative-infections)
  • Nature Medicine. Evaluation of antimicrobial resistance governance across 193 countries for the 2026 Global Action Plan update. 2026. doi:10.1038/s41591-026-04257-1
  • 질병관리청.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 2026.
  • Tamma PD, et al. IDSA Guidance on the Treatment of AmpC β-Lactamase- and ESBL-Producing Enterobacterales,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 and Pseudomonas aeruginosa with Difficult-to-Treat Resistance. Clin Infect Dis. 2022;75(2):18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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