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SP)은 내성균 확산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병원 내 전략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병원에서 CRE 감염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사실은 ASP가 이론적 효과를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원인은 개별 의사의 처방 습관보다 ASP 프로그램 자체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다는 분석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임상 문제: ASP는 효과적이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2026년 6월 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발표된 논문 “Antimicrobial stewardship in hospitals: effective and indispensable, yet structurally fragile” (Frontiers Public Health, 2026, DOI: 10.3389/fpubh.2026.1804970)은 ASP의 임상적 효과가 문헌에서는 충분히 입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운영 구조 내에서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저자들은 ASP가 단순한 처방 감사(prescription audit) 도구를 넘어, 병원 내 다학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내재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분석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ASP의 실패가 ‘의지의 부재’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시하기 때문이다. 임상 약사, 감염내과 전문의, 미생물검사실, 행정 인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ASP는 특정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로 전락한다. 그리고 이 헌신이 사라지는 순간 프로그램 전체가 붕괴된다는 것이 이번 논문의 핵심 경고다.
최신 권고: ASP의 구조적 내재화가 필요하다
동 논문과 2026년 WHO 항균제 내성 팩트시트를 종합하면, 현재 ASP 권고의 핵심은 세 가지로 수렴된다. 첫째, 임상 약사 주도의 실시간 처방 피드백 체계 구축이다. 임상 약사가 병동에 배치되어 항생제 처방 후 48~72시간 내 검토(post-prescription review)를 수행하는 구조가 단순 처방 제한보다 훨씬 지속 가능한 결과를 낳는다. 둘째, 미생물 진단 역량의 강화다. 신속 항생제 감수성검사(RAST) 및 분자 진단 기반의 병원체 동정이 ASP의 de-escalation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다. 셋째, 병원 행정의 자원 배분 의지다. ASP는 비용 절감 도구로만 인식되어서는 안 되며, 환자 안전 지표의 핵심 구성요소로 공식화되어야 한다.
한국의 맥락에서 보면, 2026년 현재 국내 CRE 감염 사례가 4만 5천 건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부는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 수립을 준비 중이다. 이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ASP의 제도적 의무화만이 아니라, 각 병원의 운영 구조 내에서 ASP가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항생제 선택·기간 핵심: ASP가 바꾸는 처방 결정
ASP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광범위 항생제 초기 처방의 de-escalation과 치료 기간 단축이다. 임상 근거에 따르면, 그람음성균 균혈증에서 배양 결과 확인 후 48~72시간 내 de-escalation을 수행한 환자군에서 30일 사망률이 감소하고 항생제 관련 부작용이 줄어드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VAP(인공호흡기 관련 폐렴)의 경우 8일 이내 치료 종료가 14일 요법 대비 임상 결과에서 열등하지 않으며 내성균 선택압을 낮춘다는 사실도 이미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 기반 전략이 실제 처방으로 이어지려면 ASP 팀이 주도하는 구조화된 검토 회의, 처방 수정 권한, 그리고 임상 의사와의 신뢰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Frontiers 논문이 지적한 ‘구조적 취약성’이란 바로 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절을 의미한다. 처방 데이터는 있지만 피드백이 없고, 검토는 이루어지지만 수정 권한이 없고, 기준은 만들어지지만 실행 인력이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실제 적용 시 주의점: 현장에서 ASP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ASP 구현의 실패 패턴은 일관되게 몇 가지로 반복된다. 가장 흔한 것은 임상 약사 부재 또는 처방 검토 전담 인력의 과부하다. 국내 병원에서 임상 약사의 병동 전담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처방 후 검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미생물 진단 역량의 불균등 분포다. 신속 감수성검사 인프라가 갖추어진 상급종합병원과 그렇지 못한 중소병원 간의 격차는 ASP 적용 가능성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세 번째는 행정적 지원 없이 운영되는 ASP 위원회다. 정기 회의, 처방 감사 결과 피드백, 지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ASP는 서류상 존재로만 남는다.
ICU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첨예하다. Frontiers in Cellular and Infection Microbiology의 2026년 사설에 따르면, CRO(카바페넴 내성 균) 감염 환자는 기계환기 기간이 연장되고, ICU 재원 기간이 20~30일을 초과하며, 의료비용이 2~3배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Frontiers in Cellular and Infection Microbiology, 2026, DOI: 10.3389/fcimb.2026.1889025). 이는 단순한 임상 실패가 아니라, ASP 부재가 가져오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병원 운영 비용이다.
Unresolved Issue: ASP의 취약성은 해결 가능한가
현재 가장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자원 제한 환경에서의 ASP 지속 가능성이다. 전담 임상 약사, 감염내과 전문의 상근, 신속 진단 인프라는 현실적으로 모든 병원이 갖출 수 없다. 디지털 도구 — 예를 들어 EHR 기반 ASP 알림 시스템 또는 AI 보조 처방 검토 — 가 이 격차를 일부 메울 수 있다는 예비적 근거가 축적되고 있으나, 아직 대규모 RCT 수준의 임상 검증은 부족하다. 또한 ASP의 성과 지표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미완성이다. 항생제 소비량(DDD)만으로는 임상 결과 개선 여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항생제를 처방하는 나는 종종 ASP의 ‘사후 검토’가 내 처방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환자가 퇴원하거나 상태가 변해버리는 경험을 한다. 응급 처방은 속성상 불완전한 정보 하에 이루어지고, 그 초기 선택이 이후 치료 방향 전체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ASP가 응급 처방의 초기 경험적 선택에 실시간으로 개입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성균 확산의 가장 취약한 접점을 방치하는 것이다.
Frontiers 논문이 강조하는 ‘구조적 내재화’의 핵심은, ASP가 특정 전문가의 선의에 기대는 시스템이 아니라 병원 운영 자체의 문법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CRE 감염 4만 5천 건이라는 숫자는 항생제를 너무 많이 쓴 결과이기도 하지만, ASP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시스템 실패의 결과이기도 하다.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이 이 구조적 취약성을 직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기를 바란다.
References
- Frontiers in Public Health. “Antimicrobial stewardship in hospitals: effective and indispensable, yet structurally fragile.” 2026. DOI: 10.3389/fpubh.2026.1804970
- Frontiers in Cellular and Infection Microbiology. “Editorial: Advances in combating antimicrobial resistance: focus on diagnosis, therapy, and prevention.” 2026. DOI: 10.3389/fcimb.2026.1889025
- WHO. “Antimicrobial resistance fact sheet.” 2026.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antimicrobial-resistance
- 메디컬투데이. “올해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 4만5000건…역대 최고치.” 2026. MSN Korea.
- Infection Control Today. “Antimicrobial Resistance: Stewardship and Strategies for Conquering a Global Threat.” 2026. https://www.infectioncontroltoday.com/view/antimicrobial-resistance-stewardship-and-strategies-conquering-glo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