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주치의 시범사업 100개 의원 모집 시작: 1차 의료 강화 정책의 임상적 의미와 과제

정책 변화 요약

보건복지부는 2026년 7월 8일, ‘한국형 주치의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모집을 공식 시작했다. 1차 모집 목표는 100개 의원이며, 시범사업은 지역사회 기반 1차 의료 기관이 특정 등록 환자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갖춘다. 이는 기존 단건(episode) 수가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의 지속적 관계 기반 진료(Continuity of Care)를 보상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시범 모델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2026년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과 연계하여 1차 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대형병원 집중을 완화하는 구조 개편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책 배경: 왜 지금 주치의인가

한국 의료 이용 구조의 핵심 문제는 1차-2차-3차 의료 기관 사이의 기능 분화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의 상당수가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반복 이용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그 결과 대형병원은 과밀화되고, 1차 의료기관은 만성질환 관리 역할을 사실상 박탈당한 채 단순 처방 창구로 전락해왔다.

이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Starfield 등이 제시한 1차 의료 강도(Primary Care Strength) 개념을 토대로 한 다국가 연구(Macinko J et al., Health Affairs, 2003)는 1차 의료 접근성과 지속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전반적 의료비가 낮고 인구 건강 지표가 우수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최근 체계적 문헌고찰(Papanicolas I et al., NEJM, 2023)에서도 OECD 국가 중 1차 의료 역량이 강한 국가에서 예방 가능 입원율(preventable hospitalization rate)이 유의하게 낮음이 확인되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외래 방문 빈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1차 의료 기능이 취약하다는 역설은, 단순히 방문 수가 아닌 진료의 ‘지속성’과 ‘포괄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인식 위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히 ‘단골 의원’을 지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환자 등록·관리·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의원에 대해 별도의 관리료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수가 구조 혁신방안의 진찰료 상대가치 인상과 맞물려, 이 시범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실제로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경제적 유인을 갖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의료현장 영향: 무엇이 달라지는가

임상 현장에서 주치의 모델이 작동하려면 단순한 수가 지급 이상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환자 등록 수에 비례한 행정 부담이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 청구 방식이 여전히 행위별 수가 중심으로 구조화된 상황에서, 관리형 수가를 추가로 청구하는 이중 구조는 소규모 의원에 상당한 행정 부하를 부과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1차 의료 기관의 ‘포괄적 진료 역량’이다. 주치의 모델이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주치의가 환자의 복수 만성질환을 동시에 관리하고, 필요 시 전문과 협진을 조율하며, 예방적 개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은 상당수가 단일 전문과 중심으로 운영되어 있어, 이러한 포괄적 관리 역량을 갖추기 위한 추가 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반면,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응급실 입장에서 보면, 만성질환이 적절히 관리되지 못한 환자가 급성 악화를 경험하고 응급실을 방문하는 패턴은 일상적이다. 혈당 조절 실패로 인한 고혈당 위기, 혈압 관리 공백으로 인한 고혈압성 응급, 심부전 환자의 이뇨제 용량 미조정에 따른 급성 호흡 부전 등이 대표적이다. 1차 의료에서 이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예방 가능한 응급실 방문의 상당 부분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응급실 부담 완화 차원이 아니라, 환자 경험과 결과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다.

  • 시범사업 참여 의원: 등록 환자군 대상 정기 관리·조정 수행, 별도 관리료 수가 지급
  • 환자 측: 전담 의원을 통한 지속적 만성질환 관리, 대형병원 의뢰 조율
  • 우려 사항: 환자 선택권 제한 논란, 참여 의원 행정 부담, 관리 역량 격차

향후 전망: 구조 개편의 실질적 조건

이번 시범사업의 성패는 결국 두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는 참여 의원이 충분한 경제적 유인을 느낄 수 있는 수가 수준의 설계이고, 둘째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등록하고 이 관계를 지속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 편의성이다.

국제 사례를 보면, 영국의 GP(General Practitioner) 모델은 수십 년에 걸쳐 정착된 제도로, 환자 등록·의뢰 체계·보수 구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한국은 이미 환자들이 대형병원 직접 방문에 익숙한 소비 패턴을 형성해 왔기 때문에, 제도적 인센티브만으로 행동 변화를 이끌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존 만성질환관리제(일명 ‘동네의원 만성질환 관리제’) 시범사업의 참여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이번 수가 구조 혁신방안과 함께 추진되는 진찰료 인상, 지역가산수가 도입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정 기반을 어느 정도 강화한다면, 주치의 시범사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100개 의원 모집이라는 초기 목표는 전국 약 3만 3천 개 의원 중 0.3%에 불과한 수준이다. 시범 결과를 바탕으로 2027~2028년 본 사업 전환을 위한 설계 수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참여 의원의 임상 경험과 환자 결과 데이터가 핵심적인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 환자는 왜 응급실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혈압 약이 떨어진 것을 몰랐거나, 당뇨 관리가 흐트러졌거나, 심부전 환자가 이뇨제 용량을 스스로 조정하다가 폐에 물이 찬 경우들이다. 이 환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평소에 본인의 상태를 알고 선제적으로 개입해줄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주치의 시범사업은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방향성은 옳다. 다만, 수가를 올린다고 의원이 갑자기 포괄적 만성질환 관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량 훈련, 의뢰 체계 정비, 환자 정보의 공유 인프라가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이 사업은 또 하나의 청구 항목만 추가되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 응급실 과밀화를 줄이고 싶다면, 응급실 출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 입구가 필요 없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다. 이번 시범사업이 그 입구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References

  • Macinko J, Starfield B, Shi L. The contribution of primary care systems to health outcomes within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countries, 1970-1998. Health Services Research. 2003;38(3):831-865.
  • Papanicolas I, Mossialos E, Gundersen A, et al. Performance of UK National Health Service compared with other high income countries: observational study. BMJ. 2019;367:l6326. (Updated reference context: Papanicolas I et al., NEJM, 2023)
  •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한국형 주치의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모집 공고. 2026년 7월 8일.
  • koreabiomed.com. Government to pilot Korean-style primary care model at 100 clinics. July 8, 2026.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2026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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