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영양은 “언제”, “어떤 경로로”, “얼마나”의 세 축이 동시에 맞물리는 복잡한 결정이다. NEJM 2026년 7월 8일자 리뷰(Heyland et al., Nutrition Therapy in Critically Ill Adults, NEJM 2026;395:NEJMra2506111)는 급성 중증 질환 성인에서의 영양 치료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재정리하며, ICU 현장에서 가장 논쟁이 많은 결정 지점들에 대해 최신 근거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이 리뷰가 말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급성기의 과영양(overfeeding)은 해롭고, 조기 장내 영양의 이점은 ‘경로’보다 ‘타이밍’에 달려 있으며, 환자 개별 대사 상태를 읽지 않은 획일적 처방은 근거를 벗어난다.
왜 중환자 영양이 다른가 — 급성기 대사의 특수성
중증 질환 초기에는 극심한 이화 작용(catabolism), 전신 염증, 근육 분해, 장 기능 저하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 상태에서 영양 공급이 부족하면 면역 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이 심화되지만, 반대로 과영양이 이루어지면 고혈당, 감염 합병증, 기계환기 의존성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축적된 임상 근거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급성기(발병 후 약 48~72시간)와 안정기(이후 회복 단계)의 대사 요구량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급성기에는 내인성 연료 동원(endogenous fuel mobilization)이 활발하여 외부에서 공급하는 영양소가 대사적으로 ‘경쟁’하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 생물학적 현실을 무시한 채 입실 즉시 목표 칼로리를 달성하려는 접근이 과거의 ICU 영양 프로토콜이었다. NEJM 리뷰는 이 패러다임의 교정을 명시적으로 요청한다.
장내 영양 vs 비경구 영양 — 경로보다 중요한 것
장내 영양(enteral nutrition, EN)이 비경구 영양(parenteral nutrition, PN)보다 우선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장 점막 보호, 장내 미생물 유지, 담즙산 분비 자극, 면역글로불린 분비 등 장내 경로의 생리적 이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NUTRIREA-3를 비롯한 다수의 RCT가 보여준 것처럼, 충격기(shock) 중 강행된 조기 EN은 장 허혈(gut ischemia) 위험을 높이고 생존 이익을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NEJM 리뷰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구체화된다: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환자에서는 입실 24~48시간 내 저용량(25~50% 목표량) EN을 시작하고, 쇼크 상태에서 고용량 승압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서는 EN 시작을 지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비경구 영양은 EN이 불가능하거나 7일 이상 목표 칼로리의 60% 이하로만 공급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보완적으로 도입한다.
적정 칼로리 목표 설정
- 급성기(ICU 1~3일): 저칼로리 공급(약 50~70% 목표량, ~15 kcal/kg/day)이 표준 공급과 비교하여 결과 악화 없이 고혈당과 감염 위험을 낮춘다.
- 안정기(3~7일 이후): 점진적으로 목표 칼로리(25~30 kcal/kg/day)에 도달하도록 조절.
- 장기 ICU 환자(>7일): 간접 열량 측정법(indirect calorimetry)으로 개인 측정치 기반 처방이 권장되며, 고정 공식 기반 추정에 비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단백질 공급 — 칼로리와 분리해서 생각하라
근감소증 예방 측면에서 단백질 공급은 칼로리와 독립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NEJM 리뷰는 1.2~2.0 g/kg/day 범위의 단백질 공급을 지지하나, 급성 신손상(AKI) 환자에서 과도한 고단백 공급이 오히려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근거를 함께 제시한다. 즉, 단백질 목표도 신장 기능, 투석 여부, 연속적 신대체요법(CRRT)의 영양소 손실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단백질 공급의 중요성은 단순한 영양 보충의 맥락을 넘는다. 기계환기 환자에서 사두근(rectus femoris) 두께 감소는 입원 첫 72시간 내에도 관찰되며, 이는 발관 후 재활 기간과 퇴원 기능 상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은 근섬유 재합성을 위한 기질이며, 공급 부족 시 내인성 근육 분해가 가속된다는 생물학적 기전이 이 권고의 배경에 있다.
특수 상황별 실전 적용 — ICU 현장에서의 결정 지점
패혈증 쇼크
혈역학 안정(MAP ≥65 mmHg, 승압제 감량 추세) 이전까지는 EN을 지연하거나 매우 소량(trophic feeding, 10~20 mL/hr)으로 유지한다. 무리한 조기 EN보다 혈역학 안정화가 우선이다.
ARDS 및 기계환기
복와위(prone position) 중 EN을 지속할 수 있으나 위장관 내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고탄수화물 과영양은 CO₂ 생성 증가로 호흡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신대체요법(CRRT) 시행 중
아미노산 손실이 필터를 통해 하루 10~15 g까지 발생할 수 있어, 총 단백질 공급 목표를 상향(최대 2.5 g/kg/day)하여 실제 순 공급량을 확보해야 한다.
임상적 시사점 — 수치 이면의 메커니즘
중환자 영양에서 “더 많이 빨리”가 답이 되지 않는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기에는 insulin resistance가 심화되어 포도당 산화(glucose oxidation)보다 지방 산화(fatty acid oxidation)가 주 에너지원이 된다. 이 상태에서 고칼로리 포도당 부하는 고혈당, 지방간, 면역 억제를 동시에 유발한다. 또한 자가포식(autophagy)이 세포 보호 기전으로 활성화되는 급성기에 과영양은 자가포식을 억제하여 세포 손상 복구를 방해한다는 실험적 근거도 있다.
반대로 만성 저영양(starvation)은 면역 세포 기능 저하, 상처 치유 지연, 호흡근 약화로 이어진다. 이 양쪽 극단 사이에서 환자 상태에 맞춘 섬세한 조절이 요구되는 것이 중환자 영양의 본질이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ICU에서 영양을 처방하는 순간, 우리는 “공급”이 아니라 “타이밍과 용량의 균형”을 처방한다. 쇼크 상태에서 장내 영양을 강행하는 것은 환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장 점막에 부하를 추가하는 행위다. NEJM 2026 리뷰가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은 단순한 원칙이다: 안정화가 먼저, 영양은 그 다음이다.
응급실과 ICU 경계에서 환자를 넘기는 입장에서 보면, 초기 24시간 이내의 수액·혈역학 결정만큼이나 영양 전략의 초기 설정이 환자의 장기 회복 궤적을 좌우한다. 입실 후 48시간 내 간호사나 레지던트가 자동으로 ‘표준 EN 프로토콜’을 시작하는 관행보다, 혈역학 안정 여부를 명시적으로 확인한 후 영양을 시작하는 구조화된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이 단순한 전환이 ICU 획득 고혈당, 장관 허혈, 불필요한 PN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프로토콜 기반 접근은 좋지만, 그 프로토콜이 ‘환자 상태를 먼저 읽는’ 단계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NEJM 2026 리뷰는 명확히 지지한다.
References
- Heyland DK et al. Nutrition Therapy in Critically Ill Adult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6 Jul 8;395:NEJMra2506111.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ra2506111
- Reignier J et al. Enteral versus parenteral early nutrition in ventilated adults with shock: a randomised, controlled, multicentre, open-label, parallel-group study (NUTRIREA-3). Lancet. 2023;401(10385):138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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