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이후 한국 의사 인력 수급 구조 재설계: 전공의 수련 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

정책 변화 요약

2026년 현재, 한국 의료계는 2024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결정을 기점으로 시작된 구조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1월 발표한 보건의료정책 방향에서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우며, 단순한 의사 수 증가를 넘어 전공의 수련 환경, 전문과목 쏠림 현상, 지역·필수의료 인력 배분 체계를 함께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응급실·분만실·소아과에 의사가 자동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증원의 효과가 실제 의료 공백 해소로 이어지려면 수련 제도와 배치 구조의 동시 개편이 불가결하다.

정책 배경: 왜 수련 제도 개편이 불가피한가

한국의 전공의 수련 구조는 수십 년간 대형 수련병원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피부과·성형외과·안과 등 이른바 ‘인기과’에는 지원자가 집중되고, 응급의학과·내과·외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은 지속적인 지원 기피에 시달려 왔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보험 수가는 미국을 100으로 볼 때 약 48 수준으로, OECD 평균(72)을 크게 하회한다. 낮은 수가가 필수의료 기피를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킨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사실이다.

이 맥락에서 의대 증원은 단독 처방이 될 수 없다. 2024년 발표된 정원 확대 방침이 전공의 집단 사직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배경에는, 의사 수 증가가 곧 소득 감소와 직결될 것이라는 현장 의사들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수가 구조와 인력 배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는 한 증원만으로 현장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배경은 2026년 전공의 수련 제도 개편 논의로 직결된다. 현재 논의되는 핵심 방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 수련병원 지정 기준 재정립 — 지역 거점병원의 수련 기능 강화
  • 전문과목별 수련 쿼터 조정 — 필수의료 과목 수련 인센티브 신설
  • 인턴·레지던트 수련 과정 구조화 — 과도한 노동 의존 수련 탈피

의료현장 영향: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시각

응급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력 공백의 실체는 통계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야간 응급실에 소아과 협진이 불가능한 경우, 전문의 1인이 모든 중증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이 문제의 근원은 소아과 레지던트 지원 감소, 즉 수련 구조의 실패에 있다.

국제적 근거를 보면, Frenk et al. (2010, The Lancet)의 “Health professionals for a new century” 보고서는 21세기 의료 인력 교육의 핵심 과제로 ‘단순한 수적 확대가 아닌 역량 기반·팀 기반 수련으로의 전환’을 명시하고 있다. 이 원칙은 한국의 상황에도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수련병원의 교육 질 관리 없이 정원만 늘리면, 수련 역량의 희석 문제가 새로운 위기로 부상할 수 있다.

또한 Dussault & Franceschini (2006, Human Resources for Health)의 체계적 고찰은 의사 인력의 지리적 불균형이 단순한 총량 부족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의료 공백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전공의 배분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 1,500~2,000명 증원의 효과는 수도권 의원급 의료 공급 증가로만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의사가 몇 명 더 필요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의사가, 어디에서, 어떤 수련을 받고, 어떤 과목을 선택하도록 제도가 유도하는가의 문제다. 수련 제도의 설계 방향이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증원 이후의 의료 시스템은 또 다른 불균형을 재생산하게 된다.

향후 전망: 구조 개편이 실효를 거두려면

2026년 상반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상대가치 조정안 발표와 맞물려, 수련 제도 개편 논의는 수가 정상화 정책과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수의료 과목에 대한 수련 중 인센티브 지급, 지역 수련병원 운영비 지원 확대, 전문과목별 최소 수련 정원 보장 등의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개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26년 3월 주최한 ‘공공보건의료체계 혁신 정책토론회’에서도 Hub & Spoke 방식의 수련병원 네트워크 재구성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수련 병원의 지역화와 필수의료 과목 집중 배치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증원의 효과가 의료 공백 해소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정책 변수도 만만치 않다. 2027년 대학 입시 주기와 맞물린 의대 커리큘럼 개편, 전공의 수련 법령 개정, 건강보험 재정 여건 등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성과 중심 수련 인증 시스템 도입 여부가 중기 개혁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분명히 느끼는 것이 있다. 의사가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사가 없는 게 문제다. 야간 흉통 환자에게 심장내과 전문의 협진이 1시간 넘게 걸리는 이유는 의사 총수의 문제가 아니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필수의료를 선택할 유인이 설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은 10년 후를 준비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응급실·분만실·소아과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증원보다 수련 제도 개편이 훨씬 더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다. 전공의가 필수의료 과목을 선택했을 때 경제적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 지역 수련병원에서도 질 높은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 선택이 커리어에 불이익이 되지 않는 제도적 보장 — 이 세 가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수천 명의 의사를 더 배출해도 응급실의 밤은 달라지지 않는다.


References

  • Frenk J, et al. Health professionals for a new century: transforming education to strengthen health systems in an interdependent world. The Lancet. 2010;376(9756):1923–1958.
  • Dussault G, Franceschini MC. Not enough there, too many here: understanding geographical imbalances in the distribution of the health workforce. Human Resources for Health. 2006;4:12.
  • 보건복지부. 2026년 보건의료정책 방향 —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 2026년 1월.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통계지표 202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5.
  • The Diplomat. Why Doctors Are Against South Korea’s Expansion of Medical School Admissions. 2024.
  •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2026년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체계 혁신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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