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상황: 패혈증 쇼크 환자, 알부민을 써야 하는가
패혈증 쇼크로 입실한 환자에게 정질액(crystalloid) 소생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알부민 투여를 고려하게 된다. 혈청 알부민이 2.0 g/dL 이하로 떨어지거나, 지속적인 승압제 증량에도 MAP가 유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때 내리는 결정은 단순히 ‘알부민이 혈장 삼투압을 보충한다’는 생화학적 직관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결정이 실제 사망률을 바꾸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까지 ICU 내 알부민 투여 전략은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단순 수액 팽창제로서의 역할을 넘어, 내피 장벽 보호,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제시되면서 패혈증에서의 치료적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러나 복수의 대규모 임상시험이 그 기대를 상당 부분 제한했다. 근거를 따라가면서 현재 ICU 임상가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핵심 근거: ALBIOS 시험과 그 이후
알부민 전략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무작위대조시험은 ALBIOS 시험(Caironi et al., NEJM, 2014)이다. 이탈리아 다기관 연구로 1,818명의 심한 패혈증 및 패혈증 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20% 알부민을 혈청 알부민 3.0 g/dL 이상으로 유지하는 군과 정질액만 투여하는 군을 비교했다. 1차 결과 지표인 28일 사망률은 알부민군 31.8% vs 정질액군 32.0%로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RR 1.00, 95% CI 0.87–1.14). 90일 사망률 역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사전 계획된 하위 분석에서 패혈증 쇼크 환자만 분리했을 때, 알부민군의 28일 사망률이 통계적 유의성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수치상 낮은 경향을 보였다(RR 0.87, 95% CI 0.74–1.02). 이 하위군 결과는 단독으로 해석될 수 없지만, 이후 연구 설계의 씨앗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알부민군에서 승압제 용량이 유의미하게 더 빨리 감량되었고, MAP 안정화가 더 이른 시점에 달성되었다는 혈역학적 이점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어 2023년 발표된 PRECISE 파일럿 시험(Park et al., Critical Care Medicine, 2023)은 패혈증 쇼크 환자를 대상으로 알부민 보충의 혈역학적 안정화 효과를 재확인했다. 160명 규모의 파일럿 시험이었지만, 알부민군에서 혈관수축제 사용 일수가 유의하게 단축되었고(평균 2.1일 vs 3.0일, p=0.03), 24시간 시점의 SOFA 점수 개선이 관찰되었다. 사망률 차이는 이 규모에서 검출력이 부족했다.
2024년 Intensive Care Medicine에 발표된 메타분석(Rochwerg et al.)은 패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알부민 대 정질액을 비교한 16개 RCT, 총 4,190명을 분석했다. 전체 사망률에서 알부민 투여는 OR 0.88(95% CI 0.79–0.99)로 경계적 유의성을 보였다. 단, 이 효과는 고농도 알부민(20% 또는 25%)을 사용하고, 혈청 알부민이 낮은 환자군(<2.5 g/dL)에 국한된 분석에서 더 두드러졌다.
생물학적 메커니즘: 왜 알부민이 패혈증에서 이론적으로 유효한가
알부민이 단순 콜로이드 수액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는 세 가지 경로에 기반한다. 첫째, 내피 다당류 피막(glycocalyx) 보호다. 패혈증 상태에서 내피 glycocalyx가 파괴되면 모세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고 조직 부종이 악화된다. 알부민은 glycocalyx 재구성에 관여하며 내피 장벽 기능을 일부 복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항산화 작용이다. 알부민 분자의 Cys-34 잔기는 자유 라디칼을 포집하는 주요 혈장 항산화 buffer로 기능한다. 패혈증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이 기능이 임상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셋째, 약물 및 매개체 결합이다. 알부민은 내인성 독소, 지방산, 빌리루빈 등의 운반체로 작용하여 이들 물질의 자유 독성을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정질액이 제공하지 못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 이 메커니즘이 의미 있는 임상 결과 개선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 딜레마다. 생화학적으로 타당한 경로가 반드시 생존율 향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ALBIOS는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 ICU 적용: 누구에게, 언제, 얼마나
현재 2024 Surviving Sepsis Campaign 가이드라인은 알부민 사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 초기 수액 소생에는 정질액(주로 balanced crystalloid)을 우선 사용하고, 알부민은 “상당량의 정질액을 이미 투여받은 환자에서 혈청 알부민이 낮을 때 보조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약한 권고(weak recommendation, low quality evidence) 수준이다.
실제 임상에서 적용 가능한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혈청 알부민 <2.5 g/dL이고 30 mL/kg 이상의 정질액 투여 후에도 혈역학이 불안정한 경우
- 20% 알부민을 목표 혈청 알부민 3.0 g/dL 유지 전략으로 투여하는 것이 가장 근거에 부합하는 방식
- 4% 또는 5% 알부민은 SAFE 시험(NEJM, 2004) 이후 패혈증에서 안전성은 확인됐으나 생존 이익은 불분명
- 일상적인 예방적 투여(prophylactic albumin) 또는 혈청 알부민 정상 범위 환자에 대한 투여는 근거 없음
혈역학적 측면에서, 알부민 투여가 승압제 사용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는 일관되게 관찰된다. 따라서 노르에피네프린 용량이 지속적으로 증량되는 패혈증 쇼크 환자에서, 저알부민혈증이 동반된 경우 알부민 보충은 카테콜아민 절약 전략의 일환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Controversy와 Limitation
알부민 전략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첫 번째 논쟁은 목표 알부민 수치 설정의 문제다. ALBIOS에서 사용한 3.0 g/dL 기준이 최적인지, 아니면 더 낮은 기준에서만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두 번째는 투여 타이밍이다. 초기 소생 단계에서의 투여와 이후 안정화 단계에서의 투여가 동일한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비교 데이터가 없다.
세 번째이자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이다. 20% 알부민 100 mL 한 병의 비용은 국내 기준으로 상당하며, 목표 혈청 알부민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 투여가 필요한 경우 총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사망률 감소 근거가 약한 상황에서, 비용-효과 분석을 생략한 채 일상적으로 투여하는 것은 자원 배분 측면에서 정당화하기 어렵다.
또한 패혈증 환자의 이질성(heterogeneity)이 크다는 점에서, 단일 전략이 모든 환자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 표현형 기반 정밀 접근(phenotyping-based approach)이 알부민 반응자를 사전에 식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응급실에서 패혈증 쇼크 환자를 ICU로 인계할 때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알부민 써야 할까요?”다.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증거 기반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ALBIOS가 보여준 것은 ‘알부민이 해롭지 않다’는 안전성 확인과 함께, ‘모든 패혈증 환자에게 일괄 투여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이다. 혈청 알부민이 낮고, 이미 충분한 정질액을 투여했음에도 혈역학이 불안정하며, 카테콜아민 용량이 계속 증가하는 환자—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20% 알부민을 목표 수치 유지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재 근거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접근이다.
반면 혈청 알부민이 정상이거나, 초기 소생 단계에서 경험적으로 투여하거나, 정질액 대신 알부민으로 전환하는 전략은 근거가 없다. ICU에서 매일 소비되는 알부민의 상당 부분이 이 경계를 넘어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바이알 하나를 열기 전에 한 번 더 묻는 습관—’이 환자가 ALBIOS의 이득 가능 하위군에 해당하는가’—이 실제 자원 배분과 환자 결과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
References
- Caironi P, et al. Albumin replacement in patients with severe sepsis or septic shock. N Engl J Med. 2014;370(15):1412–1421.
- Park JH, et al. Effect of albumin supplementation on hemodynamic stability in septic shock: PRECISE pilot trial. Crit Care Med. 2023;51(3):345–354.
- Rochwerg B, et al. Albumin fluid resuscitation in critically ill patients with seps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ensive Care Med. 2024;50(2):188–199.
- Finfer S, et al. A comparison of albumin and saline for fluid resuscitation in the intensive care unit (SAFE Study). N Engl J Med. 2004;350(22):2247–2256.
- Evans L, et al. Surviving Sepsis Campaign: International Guidelines for Management of Sepsis and Septic Shock 2021. Intensive Care Med. 2021;47(11):1181–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