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계환기 환자에서 정맥 진정제 내성, 혈역학 불안정, 프로포폴 주입 증후군(PRIS)은 ICU 팀이 반복적으로 직면하는 실제 문제다. 이소플루란을 포함한 흡입형 진정제(volatile sedation)는 수십 년간 수술실의 전유물이었지만, AnaConDa(Anesthetic Conserving Device) 같은 반사식 증발기의 도입 이후 ICU에서의 사용이 점차 보고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ScienceDirect에 최근 게재된 propensity-matched case-control 연구를 중심으로, 흡입형 이소플루란이 정맥 진정(주로 midazolam 또는 propofol)과 비교해 어떤 임상적 특성을 보이는지 정리한다.
임상 상황: 왜 흡입형 진정이 다시 주목받는가
표준 ICU 진정 프로토콜은 PADIS 가이드라인(2018, Society of Critical Care Medicine)을 따라 경량 진정(light sedation), propofol 또는 dexmedetomidine 우선을 권고한다. 그러나 장기 기계환기(>72시간), 난치성 불안, 혈역학 불안정 환자에서 정맥 진정제의 한계는 분명하다. Propofol은 고용량·장기 사용 시 PRIS(propofol infusion syndrome) 위험이 있고, midazolam은 누적 효과로 발관을 지연시키며, dexmedetomidine은 저혈압·서맥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흡입형 진정제는 빠른 약동학적 제거, 기관지확장 효과, 허혈 전처치(ischemic preconditioning) 가능성 등의 잠재적 이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최신 근거: Propensity-Matched Case-Control 연구
2026년 Journal of Anesthesiology and Intensive Care(ScienceDirect, ISSN 2110-5820)에 게재된 “Volatile sedation using isoflurane versus intravenous sedation in intensive care unit: a propensity matched case control study”는 단일 3차 ICU에서 AnaConDa 장치를 이용한 이소플루란 진정 환자와 표준 정맥 진정 환자를 성향점수 매칭으로 비교한 연구다. 연구진은 ICU 팀의 임상 경험 및 진정 효능-혈역학 내성 균형에 대한 단위별 선호를 반영한 실제(real-world)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무작위배정이 아닌 관찰 설계라는 한계가 있으나, 성향점수 매칭을 통해 선택 편향을 부분적으로 보정했다는 점에서 현재 활용 가능한 근거 중 방법론적으로 엄밀한 편에 속한다. 대상 환자는 중증 폐렴 또는 ARDS로 기계환기 중인 성인으로, 목표 진정 수준은 Ramsay Sedation Scale 5–6으로 설정되었다.
핵심 결과
이소플루란 군은 정맥 진정군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였다.
- 진정 목표 도달 성공률: 기계환기 초기(SBT 이전) Ramsay 5–6 달성률에서 두 군 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나, 이소플루란 군에서 용량 적정이 더 신속했다.
- 혈역학 내성: 이소플루란 군에서 평균동맥압(MAP) 유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며, 승압제 요구량의 통계적 유의한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단위 특이적 임상 경험과 진정 효능-혈역학 내성 균형에 대한 인지된 선호의 반영으로 해석했다.
- 기계환기 시간: 이소플루란 군에서 기계환기 기간이 수치상 짧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성 확보 여부는 표본 크기에 의해 제한되었다.
- 이상반응: 흡입형 진정에 특유한 PRIS 위험은 없었고, 기도 자극 등 흡입제 특유의 반응도 AnaConDa 장치 사용 시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물학적 메커니즘: 흡입형 진정제가 ICU에서 다른 이유
이소플루란의 약동학은 폐포 농도를 통해 직접 조절되므로, 신부전·간부전으로 정맥 약제 대사가 지연된 환자에서 독립적인 제거 경로를 제공한다. 이는 장기 정맥 진정 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midazolam 또는 fentanyl 축적 문제를 우회하는 구조적 이점이다.
또한 이소플루란을 포함한 할로겐화 흡입마취제는 ATP-sensitive potassium(KATP) 채널 활성화 및 mitochondrial membrane potential 유지를 통해 심근 및 폐 허혈 전처치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전임상 연구에서 확인되어 있다. ARDS 환자에서 NF-κB 경로 억제와 폐 염증 감소가 동물 모델에서 보고된 바 있으나, 인간 대상 RCT에서의 임상적 검증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즉, 기전적 근거는 흥미롭지만 그것이 임상 결과로 직결된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이처럼 약동학적 이점과 잠재적 기관 보호 효과는 이소플루란 ICU 사용의 생물학적 근거를 제공하지만, 이것이 실제 임상 결과 지표(mortality, ICU-free days, 발관 성공률)를 바꾼다는 고질 수준의 근거는 아직 RCT를 통해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실제 ICU 적용
현재 흡입형 진정의 ICU 적용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될 때 고려 가능하다. 첫째, AnaConDa 또는 MIRUS(Mirroring Unit for Respiratory ICU Sedation) 같은 반사식 증발기 장치가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일반 기계환기기에 인라인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증발기 장착 마취기와 달리 ICU 내 별도 인프라 없이 사용 가능하다. 둘째, 환경 중 잔류 이소플루란 농도가 안전 기준(NIOSH: 2 ppm 이하) 이내로 유지되어야 한다. 셋째, 명확한 전환 기준이 필요하다: 정맥 진정 내성, PRIS 의심, 신부전·간부전으로 인한 정맥 약제 축적, 또는 빠른 진정 심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 해당한다.
적용 대상 환자를 구체적으로 좁힌다면, 72시간 이상 기계환기 중인 ARDS 또는 중증 폐렴 환자로서 propofol 고용량 또는 midazolam 장기 사용으로 발관 지연이 예상되거나, 혈역학 불안정으로 추가 정맥 진정 증량이 부담되는 경우가 현실적인 적응증이다.
논란과 한계
이 분야의 근본적 한계는 고질 수준의 무작위대조시험(RCT)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2026년 현재 대규모 ICU 흡입형 진정 RCT로는 이탈리아의 SESAR(Sevoflurane for Sedation in ARDS) 소규모 시험, 그리고 캐나다의 VALTS(Volatile Anesthetics to Limit ICU-related Trauma Study) 탐색적 시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두 수백 명 이하 표본이며 임상적 결과 지표를 1차 종료점으로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
또한 흡입형 진정은 PADIS 가이드라인의 권고 약제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용 측면에서도 AnaConDa 장치 및 이소플루란 소모 비용이 기존 정맥 진정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경우가 있으며, 특히 한국 ICU 환경에서 보험 급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실질적 장벽이 있다. 환경 안전 관리(이소플루란 노출 모니터링)도 간호 인력 교육과 별도 감시 체계를 요구한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ICU에서 진정제를 선택하는 일은 단순히 약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기저 장기 기능, 기계환기 기간 예측, 발관 목표 시점, 병실 인프라를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 결정이다. 흡입형 이소플루란은 그 약동학적 특성 덕분에 정맥 진정제가 한계에 부딪힌 환자에서 ‘교체 카드’로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근거 수준으로는 1차 진정 전략으로 추천하기 어렵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나는 이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응급실에서 삽관한 뒤 ICU로 전원하는 환자의 초기 진정 전략은 대부분 propofol 또는 midazolam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72시간 이상 지난 뒤 발관이 지연되고, 정맥 진정 누적으로 섬망이 깊어지는 상황은 ‘ICU에서 어떤 진정제를 선택했는가’보다 ‘초기 진정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가’, 그리고 ‘조기 각성 시도(SAT)를 얼마나 일찍 시작했는가’에 의해 훨씬 크게 결정된다. 흡입형 진정의 기전적 이점을 탐색하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방향이지만, 그것이 경량 진정 원칙과 SAT-SBT 번들의 충실한 이행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새로운 도구보다 기존 프로토콜의 이행률을 높이는 것이 여전히 먼저다.
References
- Volatile sedation using isoflurane versus intravenous sedation in intensive care unit: a propensity matched case control study. Journal of Anesthesiology and Intensive Care. 2026; ScienceDirect (ISSN 2110-5820). Available at: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110582026001536
- Devlin JW,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the Prevention and Management of Pain, Agitation/Sedation, Delirium, Immobility, and Sleep Disruption in Adult Patients in the ICU (PADIS). Critical Care Medicine. 2018;46(9):e825–e873.
- Bellgardt M, et al. Isoflurane for long-term sedation in the intensive care unit: a randomized controlled pilot study. Trials. 2016;17:1–10.
- Meiser A, et al. Volatile sedation in ICU patients: Review of the current literature and technical aspects. Best Practice & Research Clinical Anaesthesiology. 2020;34(2):303–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