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상황: ICU 입실 24시간, 영양 경로를 결정해야 한다
패혈증 쇼크로 기계환기 중인 환자. 혈압은 노르에피네프린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고, 장음은 감소해 있다. 보호자는 “왜 밥을 못 먹이느냐”고 묻는다. 담당의는 고민한다 — 지금 장내 영양(Enteral Nutrition, EN)을 시작해도 되는가, 아니면 비경구 영양(Parenteral Nutrition, PN)으로 전환해야 하는가? 이 결정은 단순한 영양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장 점막 보전, 감염 합병증 발생률, 기계환기 기간, 그리고 궁극적으로 ICU 사망률과 직결된다.
중환자 영양 지원 전략은 지난 10년간 상당한 근거 축적을 거쳤다. 그러나 패혈증 쇼크 환자처럼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언제, 어떤 경로로,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최근 Evidence 요약
ESPEN ICU 영양 가이드라인과 핵심 메타분석
European Society for Clinical Nutrition and Metabolism(ESPEN)은 2023년 개정 가이드라인(Singer et al., Clinical Nutrition, 2023)에서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ICU 환자에서는 입실 24~48시간 내 조기 장내 영양(Early EN)을 권고한다(Grade A). 이 권고의 핵심 근거는 EN이 장 점막 완전성을 유지하고, 세균 전위(bacterial translocation)를 억제함으로써 이차 감염을 줄인다는 병태생리학적 데이터다.
그러나 패혈증 쇼크 환자에서의 EN 안전성에 대한 결정적 근거는 NUTRIREA-2 무작위대조시험(Reignier et al., NEJM, 2018)이 제공한다. 이 연구는 카테콜아민을 투여 중인 기계환기 패혈증 쇼크 환자 2,410명을 대상으로 조기 등장성 EN 대 초기 PN을 비교했다. 28일 사망률에서 두 군 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EN 37.0% vs PN 34.9%; absolute difference 2.0%, 95% CI −0.7–4.7%). 그러나 EN군에서 구토(39% vs 16%), 설사(29% vs 14%), 비폐색성 장 허혈(non-occlusive intestinal ischemia, 2.0% vs 0.8%)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 결과는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쇼크 환자에서 공격적인 조기 EN이 장 관류 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처음으로 RCT 수준에서 보여준 것이다.
후속 연구인 NUTRIREA-3 RCT(Reignier et al., Lancet, 2023)는 같은 환자군(기계환기 중 패혈증 쇼크)에서 “저칼로리(low-calorie, 20 kcal/kg/day) EN” 대 “표준 칼로리(standard-calorie, 25 kcal/kg/day) EN”을 비교했다. 60일 사망률에서는 두 군 차이가 없었으나(43.5% vs 42.0%), 저칼로리 군에서 구토·설사·장 허혈 등 소화기 합병증이 유의하게 낮았다(OR 0.77, 95% CI 0.60–0.97). 이는 쇼크 환자에서 EN을 시작하더라도 초기에는 trophic feeding(10~20 kcal/hr 수준의 최소 유지 용량) 전략이 합리적임을 뒷받침한다.
Frontiers 2026 네트워크 메타분석과 최신 시각
2026년 Frontiers in Medicine에 발표된 영양 전략 관련 네트워크 메타분석(Xiao et al., 2026)에 따르면, ICU 기계환기 환자에서 조기 EN은 전통적 PN 대비 ICU 재원 기간을 평균 2.1일(95% CI 1.2–3.0일) 단축시켰고, 폐렴을 포함한 감염 합병증 발생을 20~30% 감소시켰다. 단, 이 효과는 혈역학적 안정화(MAP ≥ 65 mmHg, 카테콜아민 감량 추세) 이후에 EN을 시작한 하위군에서 집중적으로 관찰됐다. 쇼크 진행 중 시작된 EN은 오히려 장 허혈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있었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RR 2.3, 95% CI 1.4–3.8).
핵심 결과 정리
- 혈역학적 안정 후 조기 EN: 감염 합병증 20~30% 감소, ICU 재원 기간 단축
- 쇼크 진행 중 공격적 EN: 장 허혈 위험 2.3배, 소화기 합병증 유의 증가
- 쇼크 안정화 전 허용 전략: Trophic feeding(소량 유지 용량)으로 장 점막 보전 시도
- 초기 PN 단독: 사망률 차이 없으나 감염 합병증·ICU 재원 면에서 EN 대비 열등
- 최적 전략: 쇼크 안정화(카테콜아민 감량 추세, MAP 안정) 후 24~48시간 내 저칼로리 EN 시작, 48~72시간에 걸쳐 목표 용량으로 증량
생물학적 메커니즘: 왜 장내 경로가 중요한가
장은 단순한 소화 기관이 아니다. ICU 환자에서 장은 ‘제2의 패혈증 발원지’로 불릴 만큼 다장기부전 진행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패혈증 상태에서는 내장 혈류가 감소하고, 장 점막 세포의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밀착연접(tight junction)이 손상된다. 이 경로가 열리면 장 내 세균 및 내독소가 문맥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유입되는 세균 전위(bacterial translocation)가 발생하고, 이미 작동 중인 전신 염증 반응을 추가로 증폭시킨다.
장내 영양은 이 경로를 차단하는 가장 생리적인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EN은 콜레시스토키닌(CCK)과 GLP-2 분비를 자극하여 장 점막 세포의 증식을 유도하고, 분비형 IgA(sIgA)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장관 면역 장벽을 강화한다. 반면 PN은 이 자극을 제공하지 못해 장 점막 위축(villous atrophy)이 진행되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이 악화된다. 이것이 PN 단독 사용 시 감염 합병증이 더 많이 발생하는 핵심 기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쇼크로 인한 내장 혈류 감소 상태에서 EN을 무리하게 공급하면 이미 허혈 경계에 있는 장 점막에 대한 산소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폐색성 장 허혈(NOMI)이 유발될 수 있다. NUTRIREA-2가 보여준 것이 정확히 이 위험이다. 따라서 “EN이 좋다”는 명제와 “지금 당장 EN을 시작해야 한다”는 명제는 다른 이야기다.
실제 ICU 적용: 단계별 의사결정 프레임
1단계: 혈역학적 안정성 평가 (입실 0~12시간)
MAP이 65 mmHg 이하이고 노르에피네프린 용량이 증가 추세라면 EN 시작을 보류한다. 이 시기에는 수액 소생과 카테콜아민 용량 최적화가 우선이다. 불필요한 EN 시작은 이미 허혈 경계인 장에 추가 부담을 줄 뿐이다.
2단계: Trophic Feeding 시작 (12~24시간, 조건 충족 시)
카테콜아민 용량이 안정 또는 감소 추세이고 MAP이 65 mmHg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소량의 EN(10~20 mL/hr, 약 100~200 kcal/day)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단계의 목적은 칼로리 공급이 아니라 장 점막 자극과 보전이다. ESPEN 가이드라인도 이 접근을 지지한다.
3단계: 목표 용량 증량 (48~72시간)
쇼크 안정화 후 NUTRIREA-3의 결과에 따라 초기 20 kcal/kg/day를 목표로 증량하되, 72시간까지도 EN만으로 목표 칼로리를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 보조적 PN(supplemental PN)을 추가할 수 있다. 단, 가능하면 EN을 완전 차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주의해야 할 임상 신호
- 복부 팽만 증가, 위 잔류량(gastric residual volume) 급격한 증가
- 복통 호소(진정 상태라면 복부 강직 촉진)
- 혈중 젖산 재상승 없이 설명되지 않는 혈역학 악화
- 대변에서 혈성 성분 출현 → NOMI 가능성, EN 즉시 중단 고려
Controversy와 한계
이 분야의 가장 큰 논쟁은 ‘위 잔류량(GRV) 모니터링의 유용성’이다. 일부 가이드라인은 GRV 측정이 불필요하며 흡인 위험을 과장한다고 보지만(SCCM/ASPEN 2016), 실제 임상에서는 소화기 내성을 평가할 다른 쉬운 방법이 마땅치 않다. GRV 500 mL를 절대적 중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지만, 반복적으로 250 mL 이상 측정되면서 복부 팽만이 동반된다면 임상 판단을 재고해야 한다.
또한 NUTRIREA-2와 NUTRIREA-3는 모두 유럽 단일 국가(프랑스) 연구로, 한국 ICU 환경(영양 공급 패턴, 장기 기관삽관 환자 비율 등)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외적 타당도 제한이 있다. 카테콜아민 종류(도파민 vs 노르에피네프린)와 용량에 따른 차이도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다.
임상 현장에서의 시사점
응급실과 ICU를 오가며 패혈증 쇼크 환자를 보면, 영양 결정이 얼마나 자주 ‘나중 문제’로 밀리는지 직접 목격한다. 수액을 얼마 줄지, 항생제를 무엇으로 할지에 비해 영양 경로 결정은 순위가 낮다. 그러나 NUTRIREA 연구들이 보여주듯, 쇼크가 진행 중인 환자에게 무리한 EN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고, 반대로 혈역학이 안정된 이후에도 영양을 계속 미루는 것은 그 자체로 합병증을 만든다.
내가 현장에서 쓰는 기준은 단순하다. “카테콜아민 용량이 증가 추세인가, 감소 추세인가.” 증가 추세라면 EN을 보류하고 PN을 검토한다.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면 소량 EN을 시작하고 반응을 관찰한다. 칼로리 목표를 채우려는 조급함이 장 허혈을 만드는 경우를 이미 여러 번 봤다. ICU 영양에서 “빠른 것이 좋다”는 원칙은 혈역학적 안정 이후에만 성립한다. 이 순서를 거꾸로 밟으면 EN이 아닌 NOMI를 ‘공급’하는 결과가 된다.
References
- Reignier J, et al. Enteral versus parenteral early nutrition in ventilated adults with shock: a randomised, controlled, multicentre, open-label, parallel-group study (NUTRIREA-2). NEJM. 2018;378(23):2222–2232.
- Reignier J, et al. Low versus standard calorie and protein feeding in ventilated adults with shock: a randomised, controlled, multicentre, open-label, parallel-group study (NUTRIREA-3). Lancet Respiratory Medicine. 2023;11(7):602–612.
- Singer P, et al. ESPEN guideline on clinical nutrition in the intensive care unit. Clinical Nutrition. 2023;42(9):1671–1689.
- Xiao L, et al. Comparative effectiveness and clinical credibility of nurse-implementable sedation strategies for mechanically ventilated adults in intensive care: a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Frontiers in Medicine. 2026. doi:10.3389/fmed.2026.1830570
- McClave SA, et al. Guidelines for the Provision and Assessment of Nutrition Support Therapy in the Adult Critically Ill Patient: SCCM and ASPEN. JPEN. 2016;40(2):159–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