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반 연속 혈압 모니터링, 임상 등급 정확도에 도달했는가 — 2026년 검증 현황과 규제 과제

핵심 요약

커프 없는 연속 혈압 측정 웨어러블 기기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ISO 81060-2 기준을 충족하는 임상 검증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며, FDA와 식약처 모두 이 범주에 대한 규제 경로를 명확히 확립하는 과정에 있다. 기술의 가능성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임상가의 출발점이다.

기술 소개: 커프리스 혈압 측정의 원리

기존 혈압계는 동맥을 외부에서 압박해 맥파가 차단되는 순간의 압력을 읽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커프리스(cuffless) 혈압 모니터링은 광용적맥파(PPG, Photoplethysmography)와 심전도(ECG)를 조합해 맥파전달시간(PTT, Pulse Transit Time)을 산출하거나, 단일 PPG 신호에서 딥러닝 모델로 혈압값을 추정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한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패치형 센서 등 다양한 폼팩터로 구현되고 있으며, 2025~2026년 사이 삼성, 애플, Withings 등 주요 업체들이 관련 기능을 상용 제품에 탑재하거나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PTT 기반 접근은 혈압과 맥파 전파 속도 사이의 생리적 상관관계를 이용하지만, 이 관계는 혈관 탄성도, 체위, 운동 상태, 심박출량 변화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 딥러닝 모델 기반 방식은 대규모 훈련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지만, 훈련 모집단 외 환자군(노인, 동맥경화 환자, 당뇨 환자)에서의 외적 타당도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두 접근 모두 개인 보정(calibration)이 필요하며, 이 보정의 빈도와 방법론이 정확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현재 임상 검증 수준

2025년 npj Digital Medicine에 게재된 Karam 등의 체계적 문헌고찰(2025, “Cuffless blood pressure monitoring: a systematic review of validation studies and regulatory considerations”)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커프리스 혈압 기기 검증 연구 74편을 분석했다. 결과는 냉정했다. ISO 81060-2 또는 AAMI/ESH/ISO Universal Standard에 따라 완전한 검증 프로토콜을 통과한 연구는 전체의 23%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소규모 코호트, 단일 자세 측정, 혹은 건강한 성인 중심의 편향된 모집단을 사용했다.

수축기 혈압(SBP) 기준 평균 오차(Mean Error)가 ±5 mmHg 이내인 기기는 일부 존재했지만, 임상적으로 더 중요한 지표인 혈압 변화 추적(tracking)—즉 운동, 스트레스, 기립 등 동적 상황에서의 정확도—은 정적 측정 정확도보다 일관되게 낮았다. 특히 수축기 혈압 160 mmHg 이상의 고혈압 환자에서 과소추정(underestimation) 경향이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고혈압 환자군에서 혈관 탄성도 변화가 PTT-혈압 관계의 선형성을 깨뜨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임상적 시사점은 명확하다. 현재 커프리스 기기는 정상 혈압 범위의 건강한 성인에서 상대적 변화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지만, 고혈압 진단·약물 조정·혈압 위기 판단의 근거로 단독 사용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혈압이 가장 중요한 임상 판단 기준이 되는 환자—패혈증 쇼크, 고혈압 응급증, 임산부—에서의 오류는 직접적인 환자 위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규제 환경: FDA와 식약처의 현재 위치

FDA는 2026년 1월 갱신된 General Wellness 가이던스에서 혈압 수치 추정 기능을 일반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하지 않고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로 취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음을 명시했다. 즉, 단순한 ‘참고용 혈압 추정’이라도 임상 의사결정을 보조한다고 표방하는 순간 510(k) 또는 De Novo 경로의 규제 검토 대상이 된다. 삼성 Galaxy Watch의 혈압 기능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달리 비활성화되어 있는 것은 이 규제 장벽을 반영한다.

식약처는 2026년 4월 DIA Korea 연례회의에서 AI 활용 의료기기 심사에 새로운 평가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겠다는 방향성을 공개했다. 특히 알고리즘의 지속 학습(continuous learning)과 실사용 성능 모니터링(PMPF, Post-Market Performance Follow-up) 요구사항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는 국내 허가를 받았더라도 시판 후 성능이 변화하면 재평가를 요구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커프리스 혈압 기기 제조사에게 상당한 운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규제 기관의 공통된 요구는 결국 하나다. 허가 당시의 스냅샷 검증이 아니라, 실제 임상 환경에서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 성능 확인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검증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아직 소수다.

의료적 의미: 연속 혈압 데이터가 임상을 바꿀 수 있는 영역

기술이 성숙한다면 연속 혈압 모니터링이 실제로 임상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은 존재한다. 가면 고혈압(Masked Hypertension)과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은 진료실 혈압만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하며, 24시간 활동혈압 모니터링(ABPM)이 표준이지만 착용 불편과 수면 방해 문제가 있다. 비침습적 연속 측정이 ABPM 수준의 정확도를 달성한다면 이 진단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또한 야간 혈압 강하(nocturnal dipping) 패턴, 새벽 혈압 급등(morning surge), 혈압 변동성(BPV) 지표는 심혈관 사건 예측에서 단일 측정값보다 높은 예측력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2024년 Hypertension지에 게재된 Muntner 등의 연구는 BPV가 MACE(주요 심혈관 사건)의 독립적 예측인자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동적 지표를 일상에서 수집할 수 있다면 개인 맞춤형 고혈압 관리의 밀도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 가능성이 현실화되려면 단순 정확도 향상을 넘어 임상 결과 연구(Outcome Study)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웨어러블 혈압 데이터가 실제로 치료 결정을 개선하고 심혈관 사건을 줄인다는 무작위대조시험은 아직 없다.

한계와 현실적 과제

커프리스 혈압 기술의 한계는 단순히 정확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첫째, 개인 보정의 지속성 문제가 있다. 혈관 상태는 체중 변화, 약물 투여, 노화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초기 보정값이 수개월 후에도 유효한지 보장하기 어렵다. 둘째, 데이터 해석 역량의 문제다. 연속 혈압 데이터는 기존의 진료실 혈압과 다른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임상 지침은 아직 개발 중이다. 셋째, 디지털 건강 불평등(Digital Health Equity) 문제다. 고가 기기를 구입하고 앱을 다루는 역량이 있는 집단이 주로 혜택을 받게 되면, 오히려 고혈압 관리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연속 데이터 흐름을 EMR에 통합하는 상호운용성 표준이 미비하다는 점도 실제 임상 적용의 병목이 된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주도하는 EMR 인증제와 데이터 표준화 사업이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풀어갈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웨어러블 연속 혈압 데이터를 어떤 형식으로 임상 기록에 편입할지는 아직 합의된 기준이 없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혈압은 단순 숫자가 아니다. 쇼크 여부를 판단하고, 고혈압 응급증과 긴급증을 구별하며, 수액과 승압제 투여를 결정하는 근거다. 그 자리에서 커프리스 웨어러블 수치를 신뢰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현재의 근거로는 “아직 아니다”가 솔직한 답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향하는 방향은 옳다. 진료실 바깥에서, 환자의 일상 속에서, 24시간 혈압 패턴을 파악하는 것은 고혈압 관리의 오랜 미충족 수요였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검증의 엄밀성과 규제 체계의 완성도다. ‘혈압을 측정한다’는 주장과 ‘임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혈압을 제공한다’는 주장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제조사, 규제 기관, 임상가가 이 거리를 함께 좁혀가는 과정이 지금 진행 중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임상가의 역할은 섣부른 수용도, 무조건적인 거부도 아니라 —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References

  • Karam M, et al. “Cuffless blood pressure monitoring: a systematic review of validation studies and regulatory considerations.” npj Digital Medicine. 2025.
  • Muntner P, et al. “Blood pressure variability and cardiovascular outcomes: analysis from the SPRINT trial.” Hypertension. 2024.
  • FDA. “General Wellness: Policy for Low Risk Devices — Guidance for Industry and FDA Staff.” Updated January 6, 2026. fdaatty.com.
  • 식품의약품안전처. “AI 활용 의료기기 심사 방향 — DIA Korea Annual Meeting 2026 발표자료.” 2026년 4월.
  •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디지털헬스케어 공공서비스 강화 및 EMR 인증제 현황.” 2026년 5월.
  • ISO 81060-2:2018/AMD 1:2020. “Non-invasive sphygmomanometers — Part 2: Clinical investigation of intermittent automated measurement type.”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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