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심정지 소생술 중 고용량 비타민 C 투여: VITaCCA 임상시험이 말하는 것

핵심 임상 질문

원외 심정지(Out-of-Hospital Cardiac Arrest, OHCA) 후 자발 순환 회복(ROSC)에 성공한 환자에게 고용량 정맥 비타민 C를 투여하면 신경학적 예후와 생존율이 달라지는가? 패혈증 쇼크에서 비타민 C 병합 요법이 주목받은 이후, 심정지 이후 산화 스트레스와 재관류 손상이 극심한 상황에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VITaCCA 임상시험은 이 질문에 처음으로 무작위대조 설계로 답하려 했다.

최신 근거: VITaCCA 무작위대조시험

2026년 6월 Intensive Care Medicine에 게재된 VITaCCA(early VITamin C post-CardiacArrest) 시험은 원외 심정지 후 ROSC에 성공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보충 용량(3 g) 또는 약리적 용량(10 g)의 정맥 비타민 C 대 위약을 비교한 다기관 무작위대조시험이다. 연구의 배경 논리는 명확하다. 심정지 후 재관류 시에는 반응성 산소종(ROS)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 산화 부하가 심근 기절(myocardial stunning), 뇌 재관류 손상,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진다. 비타민 C는 강력한 수용성 항산화제로, 혈장 비타민 C 농도가 심정지 직후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이 선행 관찰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시험 결과는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었다. 일차 종점인 90일 시점 유리한 신경학적 결과(CPC 1-2 또는 mRS 0-3)에서 비타민 C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차 종점인 28일 사망률, ICU 재원 기간, 승압제 필요 기간, 신장 기능 지표에서도 군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두 군 모두 유사했으며, 고용량(10 g) 투여군에서 고옥살산혈증(hyperoxaluria)의 빈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다.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임상적 시사점

비타민 C가 효과를 보이지 못한 이유를 단순히 “효과 없음”으로 정리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몇 가지 생물학적, 방법론적 논점을 짚어야 한다.

첫째, 비타민 C의 항산화 효과는 산화 스트레스의 ‘규모’와 ‘타이밍’에 의존한다. 심정지 후 재관류 손상은 ROSC 이후 수분 내에 시작되며, 상당수 임상시험에서 투여 시작 시점이 이 결정적 창을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 패혈증에서도 비타민 C 단독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하이드로코르티손·티아민과의 병합(HAT 요법)에 대한 근거조차 VITAMINS 및 LOVIT 시험에서 지지받지 못했다. 심정지 이후 손상 경로는 패혈증보다 더 급격하고 복합적이어서, 단일 항산화제로 제어하기에는 기전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둘째, 복용량과 경로의 문제다. 3 g 보충 용량은 결핍 교정 수준에 불과하고, 10 g 약리적 용량도 전임상 연구에서 효과를 보인 혈장 농도에 도달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비타민 C의 약동학은 신장 기능, 재관류 후 분포 용적 변화 등에 따라 개인 간 편차가 크다.

셋째, 이 시험은 심정지 병인(심인성 vs. 비심인성)을 충분히 층화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비심인성 원인(저체온, 익수, 질식)에 의한 OHCA는 신경학적 회복 잠재력이 다르며, 비타민 C의 반응성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 practice와 달라진 점

이전까지 OHCA 소생 후 비타민 C 투여는 명확한 권고 근거 없이 일부 기관에서 경험적으로 시행되거나, 패혈증 프로토콜을 준용하여 적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VITaCCA 시험은 이러한 관행에 명시적인 제동을 건 첫 무작위대조 근거다. 현재까지의 증거 수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심정지 후 상태(Post-Cardiac Arrest Syndrome)에서 비타민 C 투여를 지지하는 고질 RCT 근거는 아직 없다.
  • VITaCCA 시험 이전에는 소규모 관찰 연구와 생물학적 타당성(plausibility)만 존재했다.
  • 현행 AHA/ACLS 가이드라인 및 ERC 가이드라인은 OHCA 후 비타민 C 투여를 권고하지 않으며, 이 시험 결과는 현 가이드라인 입장을 지지한다.

즉, 이 결과가 비타민 C의 생물학적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 OHCA 소생 후 비타민 C를 표준 치료에 추가할 근거는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응급실 적용 포인트

응급실과 중환자실 경계에서 OHCA 환자를 인수받는 임상 현장의 관점에서 이 연구는 몇 가지 실용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 표준 소생 후 치료에 집중하라: ROSC 후 체온 조절(TTM), 혈당 관리, 혈압 목표(MAP ≥65 mmHg), 조기 관상동맥 평가 등 근거 있는 치료의 충실한 이행이 우선이다. 검증되지 않은 보조 치료를 추가하는 것은 자원 배분과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 산화 스트레스 표적 치료는 아직 확립 전 단계다: 비타민 C 외에도 N-acetylcysteine, 에다라본, 미토콘드리아 표적 항산화제 등이 전임상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임상적으로 결과를 바꾼 단일 항산화 전략은 현재까지 없다.
  • 프로토콜 외 투약에 주의하라: 고용량 비타민 C 투여 시 고옥살산혈증, 이미 손상된 신장에 대한 부담, 포도당-6-인산 탈수소효소(G6PD) 결핍 환자에서의 용혈 등 이상 반응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임상시험 참여 기회를 모색하라: OHCA 사후 관리에서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이 많다. 적절한 환자를 임상시험에 연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근거를 만드는 실질적 기여다.

주의할 한계

VITaCCA 시험 자체의 한계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시험 표본 크기가 충분한 검정력을 확보했는지, 투여 시작 시간의 중앙값이 어느 정도였는지, OHCA의 초기 리듬(shockable vs. non-shockable), 목격자 CPR 여부 등 예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이 군간 균형을 이루었는지가 결론의 외적 타당도를 결정한다. 또한 복합 용량 설계(3 g vs. 10 g vs. 위약)는 세 군 비교의 통계적 부담을 높인다. 따라서 이 시험 하나로 비타민 C의 심정지 후 역할을 완전히 기각하기보다는, 현재 용량·타이밍 전략으로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OHCA 환자를 받을 때마다 체감하는 무력감은 사실이다. ROSC 이후에도 신경학적 결과가 나쁘거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하는 사례를 반복적으로 목격하다 보면, 뭔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비타민 C는 안전하고 저렴하며 생물학적 근거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이 시험 결과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임상 근거 없이 ‘일단 해보자’는 접근이 쌓이면 표준 치료의 집중력이 흐려진다. VITaCCA 시험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비타민 C가 틀렸다”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검증된 소생 후 번들을 빠짐없이 실행하는 것”이라는 냉정한 사실의 재확인이다. 산화 스트레스 표적 치료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그것은 더 정밀한 타이밍, 병합 전략, 생물표지자 기반 환자 선택을 통해 다음 시험에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지금 응급실에서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References

  • VITaCCA Trial Investigators. “Early high-dose vitamin C for out-of-hospital cardiac arrest: the VITaCC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Intensive Care Medicine. Published online June 16, 2026. https://doi.org/10.1007/s00134-026-08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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