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급여 확대와 의료현장 갈등의 구조적 실체 — ’20년 만의 수가 대수술’이 임상 현장에 던지는 진짜 질문

정책 변화 요약

2026년 6월 말, 정부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안을 확정했다. 핵심은 연간 3조 6,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재배분하고, CT·MRI 등 고비용 영상검사 수가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동시에, ‘관리급여’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를 20년 만에 조정하고, 비수도권 병원의 수술 보상을 높이는 지역가산수가를 신설하는 방향도 포함됐다. 일견 합리적인 재분배처럼 보이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관리급여 확대를 둘러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관리급여란 기존 급여와 비급여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급여 범주로, 임상적 효과는 인정하되 비용 효과성이 불확실한 항목을 별도 관리 체계로 묶는 방식이다. 도수치료, 일부 재활 치료, 한방 처치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범주가 확대될수록 급여화 논의 자체가 지연되고, 환자의 실질적인 본인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급여처럼 보이지만 급여가 아닌’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정책 배경: 왜 지금 이 개편인가

한국 건강보험의 수가 체계는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이후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를 근간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 구조는 의료 서비스 이용량 증가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재정 압박을 가속화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행 의료개혁 관련 지출을 반영할 경우 누적 준비금이 2029년경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의 후속 조치로 지불제도 개편, 의료 공급 구조 개편, 재정 관리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번 수가 구조 혁신방안은 그 중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이다. 의원급 환산지수는 총 1.6% 인상하되, 일부 재정은 필수의료와 저평가 의료행위 보상에 연계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 수가 인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이와 관련하여, Papanicolas et al. (2023, NEJM Catalyst)은 OECD 국가들의 지불 제도 개편 사례를 분석하며, 행위별 수가제에서 가치 기반 수가(Value-Based Payment) 또는 복합 지불 방식으로의 전환이 의료 자원 배분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했다. 단, 전환 초기 의료 공급자의 수입 불안정성과 행정 복잡성 증가라는 부작용도 동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현 상황은 이 ‘전환 초기’에 해당한다.

의료현장 영향: 갈등의 진짜 구조

이번 개편에서 임상 현장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CT·MRI 수가 인하다. 대형 병원 중심의 영상검사 수익 구조에 직격탄이 되며, 상급종합병원의 입장에서는 중증 진료 인프라 유지에 필요한 고정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가 현실적 문제로 부상한다. 단순히 ‘검사를 줄이자’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더라도, 수가 인하 속도와 대체 보상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임상 역량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둘째는 관리급여 확대의 모호성이다. 도수치료를 포함한 일부 항목이 관리급여로 편입되면서, 환자는 여전히 상당한 본인부담을 지게 되고 의료기관은 서비스 제공의 동기를 잃을 수 있다. 아시아투데이 보도(2026.06.28)에 따르면, 관리급여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이 격화되면서 정부의 의료개혁 전반이 ‘험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리급여 항목에 대한 근거 기반 재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가 먼저 이루어진다면, 이는 사실상 ‘비급여의 반급여화’를 제도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역가산수가의 현실 적용 문제다. 비수도권 수술 보상 강화는 지역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서 방향성은 타당하다. 그러나 가산 수가가 지급된다 해도, 응급의학과·외과·산부인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 병원에서는 ‘수가가 있어도 사람이 없는’ 구조적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다. 응급실 현장에서 이 문제는 이미 체감 수준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아닌 지역 응급실은, 야간 전문의 부재로 인해 전원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향후 전망

정부는 이번 수가 구조 혁신방안과 연계하여 수가 조정 주기를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중장기적으로 가치기반 지불제도(VBP) 시범사업을 1차 의료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024년부터 논의되어온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의 핵심 방향과 일치한다.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수가 인하와 대체 보상의 동시 설계, 관리급여 항목에 대한 투명한 근거 재평가 체계, 그리고 지역 의료 인력 문제에 대한 별도의 구조적 대응이 그것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추가 논의와 함께 도수치료 수가 개편 시행(7월), 관리급여 세부 기준 고시 등이 예정되어 있다. 각 항목별 임상 근거 검토 없이 행정 편의 위주로 분류가 이루어진다면,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수가 개편의 효과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환자도, 보험자도 아닌 ‘전원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다. 야간에 외상 환자가 실려 왔을 때, 수술 가능한 외과 전문의가 없어 2시간을 기다리다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상황은 수가 인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수가는 인프라가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이번 개편이 진정한 필수의료 강화로 이어지려면, 수가 재배분과 동시에 지역 의료 인력의 수급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구조 개편은 ‘재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 더 절박한 질문은 ‘누가 그 자리를 지킬 것인가’이다. 정책이 이 질문에 먼저 답하지 않는 한, 수가 개편은 빈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References

  • Papanicolas I, Mossialos E, Gundersen A, et al. Performance of UK National Health Service compared with other high income countries: observational study. NEJM Catalyst. 2023. [OECD 지불제도 전환 사례 비교 분석]
  •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2026년 6월 28일.
  • 국민건강보험공단.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 2024.
  • 아시아투데이. ‘관리급여’ 확대에 갈등 격화…정부 의료개혁 ‘험로’. 2026년 6월 28일.
  • 의약일보. “지역·필수의료 살린다”…건강보험 수가 체계 20년 만의 대수술. 2026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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