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수가협상 2026: SGR·BAP 구조 속 병원계 압박의 실체와 임상 현장의 과제

정책 변화 요약: 수가 협상 구조의 이중 압박

2026년 5월 현재,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수가 협상이 진행 중이다. 대한병원협회는 2차 수가 협상에서 의료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병원계 부담과 지역병원 경영난을 강조하며 적절한 수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협상의 핵심 구조적 변수는 두 가지다. 수가 인상 순위를 결정하는 ‘SGR(지속 가능 성장률)’ 방식과, 인상 폭의 상한을 제약하는 ‘BAP(총액예산제 기반 밴드)’ 틀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공급자 측에 이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진료비 증가, 필수의료 강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의료개혁 사업 재원 투입을 이유로 추가 수가 인상 여력이 제한적임을 강조한다. 반면 병원협회는 이른바 ‘정책지원금’이 실질적 경영 자금과는 구별되어야 하며, 수가 산정 기준에서 이를 별도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면적 협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응축되어 있다.

배경: SGR과 BAP, 수가를 압박하는 두 개의 틀

SGR(Sustainable Growth Rate)은 의료비 지출 증가율을 GDP 성장률과 연동하여 수가 인상 폭을 제한하는 기전이다. 미국에서 메디케어 지출 통제 수단으로 도입되었다가 2015년 Medicare Access and CHIP Reauthorization Act(MACRA)로 대체된 전례가 있을 만큼, 이 공식이 실제 임상 비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국제적으로 공유된 문제의식이다. 한국에서도 SGR 유사 구조가 수가 협상의 기준점으로 기능하면서, 실질 원가 상승분이 협상 테이블에서 체계적으로 과소 반영된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여기에 BAP(Budget-Anchored Payment) 밴드 개념이 추가되면서 인상 상한선 자체가 사전에 설정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원가 실사가 선행되더라도 그 결과가 협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천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지점이 병원협회가 2차 협상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본질적 이유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 연구로는 건강보험정책연구원(NHERI)의 보고서 「수가 협상 제도 개선방안 연구」(2023)가 있다. 이 보고서는 현행 수가 협상 구조가 원가 보전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 문제가 공급자 참여 이탈로 이어지고 있음을 명시했다. 또한 OECD Health at a Glance 2025 보고서는 한국의 병원 진료비 대비 수가 보전율이 주요 OECD 국가 평균을 하회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료 현장 영향: 수가 쪼개기와 경영 압박의 현실

이번 협상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이른바 ‘수가 쪼개기’ 관행의 변형이다. 수가 쪼개기란 협상 타결을 위해 단일 행위에 대한 수가를 여러 항목으로 분리하여 인상률을 높게 보이게 하는 방식인데, 2026년 협상에서는 이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완화된 형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찰료 등 일부 항목에 대한 보정은 병행하되 인상분은 축소하는 방식이다.

임상 현장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병원 재정의 문제가 아니다. 수가 보전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진료과목일수록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하고, 해당 과목의 실질 진료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응급의학,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진료과가 반복적으로 저수가 문제에 노출되어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가 협상이 의사 인력 배분을 간접적으로 결정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역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형병원 중심의 환자 집중 현상 속에서 지역 중소병원은 환자 수와 수가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병원협회가 이번 협상에서 ‘지역병원 경영난’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수가 정상화 없이는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지역 필수의료 강화도 구조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향후 전망: 구조 개혁 없는 협상의 반복

2026년 수가 협상의 귀결이 어떻든, 현재의 협상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동일한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 문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수가 산정의 원가 기반이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둘째, SGR 연동 방식이 의료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셋째, 정책지원금과 수가 보전이 혼재되어 각각의 기능이 불분명해진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제시한 ‘건강보험 개편 종합 모델’ 논의는 이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다. 수가 협상을 단순히 매년의 숫자 게임이 아닌, 의료 제공 체계 전체의 재설계와 연동시켜야 한다는 방향성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공공정책수가 도입, 성과 기반 보상체계로의 전환, 원가 연동 수가 산정 주기 단축 등이 구체적 과제로 거론된다.

다만 이 방향으로의 전환은 보험 재정, 공급자 이해관계, 가입자 보험료 부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 2026년 상반기에 통과된 22개 보건의료 법안이 필수의료 강화를 명시하고 있으나, 법적 프레임과 재정 기반이 동시에 갖춰지지 않으면 현장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한 마디

응급실에서 보는 수가 문제는 추상적이지 않다. 응급의학과 수가가 원가를 밑돌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응급전문의 부족이고, 그다음은 응급실 과밀화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환자가 응급실에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것은 의사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된 저수가 구조의 결과다.

이번 2027년도 수가 협상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병원 재정 때문이 아니다. 수가 협상의 결과는 5~10년 후 어떤 의사가 어느 진료과에서 일하는지를 결정한다. SGR과 BAP 밴드 안에서 해마다 0.X%를 다투는 협상 구조 속에서, 응급의학·외상·산부인과 같은 고위험 필수 진료과에 지원하는 젊은 의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수가 협상은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값으로 매기는 행위임을 정책 결정자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References

  • 건강보험정책연구원(NHERI). 「수가 협상 제도 개선방안 연구」. 2023.
  • OECD. Health at a Glance 2025: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2025.
  • Medicare Access and CHIP Reauthorization Act of 2015 (MACRA). Public Law 114–10. 114th U.S. Congress.
  • 대한병원협회.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2차 수가협상 기자 브리핑 자료. 2026년 5월 18일.
  • 보건복지부. 「2026년 상반기 보건의료 법안 22개 국회 통과 보도자료」. 2026년 5월 12일.
  • Doctordocdoc. “병협 ‘정책지원금은 경영 자금 아냐…수가 산정서 제외해야'”. 2026년 5월 18일.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9313
  • KPA News. “수가 순위는 SGR로, 밴드는 BAP 그늘…공급자 압박”. 2026년 5월 12일. https://www.kp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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